[新사생, 개인정보팔이] 카톡 정보가 4000원…'아이돌 사생활'을 파는 피플들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정보를 판매하는 한 SNS 계정. (사진=트위터 캡처)

"아이돌 정보 웬만한 거 거의 다 있어요. ㅇㅅ ㅂㅌㅅㄴㄷ ㅇㅅㅌ ㅇㄴㅇ ㅍㄹㄷㅅ101 등 음성, kkt, 번호, 여권, 트위터, 숙소, 비공인스타, 영상. 문의 DM 주세요!"

19일 한 SNS 계정에 올라온 글이다. 중간 중간 알기 어려운 단어가 섞였지만 해당 네티즌은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개인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kkt'는 유명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의 약자이고, '비공인스타'는 SNS 인스타그램의 비공개 계정을 말한다. 'DM'은 트위터상에서 개인적으로 주고 받는 메시지 시스템이다. 

초성 처리된 단어들은 정보가 판매되는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명칭이지만 검색을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적는다. ㅇㅅ는 엑소, ㅂㅌㅅㄴㄷ은 방탄소년단, ㅇㅅㅌ는 엔시티, ㅇㄴㅇ은 워너원, ㅍㄹㄷㅅ101은 프로듀스101이다.

SNS 아이돌그룹 정보 판매 계정이 게시한 판매 목록 중 일부. (사진=트위터 캡처)

특정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오는 또 다른 아이돌 그룹 개인정보 판매 계정을 들어가봤다.

게시된 판매 목록에는 '○○ 클럽 음성', '○○ 지금 시간이 몇시에요' 등 통화나 녹취 음성부터 '○○ 키스 사진', '○○ 담배 영상', '○○ 여친(여자친구) 사진' 등 지극히 사생활적인 자료까지 존재했다. 여기에 아이돌 멤버와 겪은 '썰'(이야기), 멤버 부모의 휴대폰 번호 등을 파는 경우도 있었다.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의 사진이나 영상을 넘어 아예 사생활 정보를 사고 파는 것이다. 맛보기 식으로 전화번호 뒷자리를 공개하거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캡처하는 판매자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들은 실제 구매가 가능한 것일까. 이들 계정 중 한 계정에 구매 의사를 밝혀봤다. 거래는 대체로 '오픈 카톡'(익명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대화)이나 트위터 메시지 'DM'으로 이뤄졌다. 

한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의 인스타그램 계정 2개와 카카오톡 계정 2개 구매를 시도하니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총 금액은 1만 6000원. 개당 4000원 꼴인 셈이다. 

이런 정보를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임모(25) 씨는 "특정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나오는 계정들이다. 구매자들은 보통 호기심에 사게 되는 것 같다. 예전만 해도 사생(스타의 사생활을 쫓는 이들)들이 자신만 알고 있거나, 그들끼리 공유하는 정보였는데 요즘엔 저렇게 상업적인 판매에 나서더라. 불특정다수가 모두 저런 정보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긴데 당연히 아이돌그룹에게는 더 큰 사생활 침해가 될 수밖에 없는 건 맞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다 더 보편적으로 판매되는 정보는 해외 방문이 많은 아이돌 그룹들의 항공편이다. 출·입국 항공편과 예매 좌석까지도 알려주는 시스템인데 훨씬 수월하게 계정을 찾아 거래할 수 있다. 주로 직접 공항으로 아이돌그룹을 보러가거나, 사진 및 영상 촬영이 목적인 팬들, 같은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팬들 등이 고객들이다.

항공편 정보 구매 경험이 있는 팬 이모(27) 씨는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 처음 이런 판매가 시작됐을 때는 1만원대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왕복 가격에 3만원"이라고 항공편 정보 시세를 밝혔다.

이어 "예약 상황이 계속 바뀌면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멤버 옆자리에 타고 싶은 팬들을 위해 좌석번호까지 알려준다"며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쪽 외국팬들이 많이 판다. 항공권은 개인정보로만 조회되지 않는데 해킹 프로그램을 돌리거나 사이트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조회법'을 파는 이들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돌 정보 판매 계정과 거래를 시도해봤다.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의 카카오톡 아이디 2개와 인스타그램 계정 2개 가격은 16,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일반 연예부 기자들도 쉽게 알아낼 수 없는 아이돌그룹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주민등록번호, 여권,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의 경우, 실제 이를 알아내기 위해 각 기획사나 관련 기관에 취직하는 팬들도 있고, 멤버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관계자 메일을 해킹하기도 한다는 증언이다.

임 씨는 "개인정보라는 것이 하나가 밝혀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줄줄이 엮여나온다.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획사나 항공사, 통신사, 카드사 취직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운 좋으면 멤버들 개인정보를 보관하는데 접근할 수도 있는 거다. 아니면 관계자가 돈을 받고 팬들에게 파는 경우도 있다. 중국 쪽 해외팬들의 경우에는 관계자 메일을 해킹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 때문에 항공편 예매시에도 다른 이름으로 '가예약'을 걸어 놓거나 자신의 개인정보로 휴대폰을 개통하지 않는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절대 다수라고.

이 씨는 "항공편이 확약이 되려면 여권 이름과 실제 예약자명이 맞아야 되는데 일부러 멤버들 쪽에서 영어 철자를 한글자 씩 틀리게 예약하는 거다. 그러면 이를 이유로 취소하고 다시 항공편을 예약할 수가 있다. 이미 개인정보가 다 털린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들 중에서는 휴대폰도 자기 개인정보로 개통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기획사 차원에서 이런 아이돌그룹 개인정보 판매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라 아직 법적 검토를 거친 대응 매뉴얼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SNS에서 이런 판매가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묻자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 일을 하면서 우리가 공개하지 않은 스케줄에도 어떻게 팬들이 올까 궁금했는데 그런 정보가 판매되고 있다는 건 처음 듣는다. 문제는 문제인 것 같다.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 말도 안 되는 이득을 챙기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정보를 알아내서 숙소를 무단침입하거나 혹은 악성 댓글을 남기거나 이상한 사이트에 가입을 한다면 경찰에 신고해 대응할 수 있다. 보통 사생들이 그런 정보를 모으는 건데 그런 게 없는 이상 뭔가 조치를 취하기가 힘들다. 그들이 하는 행동이 멤버 개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사실 일반 대중들도 연예인을 알아보는 경우가 있으니 직업적 특성 정도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명예훼손 이런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법적 대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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