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컬하게도 의학적으로는 몰염치한 사람들이 더 건강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덜 느끼기 때문에 ‘신경성 질환’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몰염치한 인간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자 염치를 키우면 사회 전체의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니 그렇다.

올해 여든살인 미국의 원로배우 더스틴 호프만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의 폭로가 잇따랐다. 헐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이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호프만도 궁지에 몰렸다. 

영국 정가에선 유력 정치인들의 성추문 폭로가 잇따랐다. 전직 법무부장관은 결백을 주장했으나 자살하고 말았다. 여자의 성(性)이 남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착각이 성범죄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성폭행이 심각하다. 하지만 조직이나 회사에선 피해자 입막음으로 무마하는데 급급한다. 이러니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가해자가 강력히 부인하면 되레 낭패보기 십상이다. 무시당하고 묵살당하고 손가락질 당한다. 보복 당하거나 직장을 잃을까봐 털어놓기를 망설인다. 

성추행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고소를 해도 성희롱은 현행법상 모욕죄에 해당돼 처벌 수위가 수십만원 벌금 정도다. 피해 여성을 명예 훼손으로 고소해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대다수 선량한 남성은 억울하겠지만 갈수록 잔혹해지는 성범죄의 고리를 끊을 주역은 남성들이다. 미투 캠페인이 보여주 듯 성범죄란 몇몇 사이코패스들만의 엽기 행각이 아니다. 사회 저변에 흐르는 여성 비하 문화와 차별 구조가 재생산하고 있다.

인도와 호주에서 시작된 남성들의 ‘내가 그랬다(I Did That)’ ‘어떻게 바꿀 것인가(How I will Change)’ 캠페인은 감동적이다. 우리에겐 역지사지(易地思之)도 있다. 선조들은 염치의 반대말인 파렴치 혹은 몰염치 하다는 말 듣기를 매우 부끄럽게 여겼다. 심지어 일반 범죄자보다 파렴치범을 더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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