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남재준·이병기는 수사·영장심사서 박근혜 직접 거명 안 해
검찰 "이병호 상납 가장 길고 정치관여 무거워 재소환 후 영장 재청구 검토"

 

 

청와대에 40억원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3명의 운명이 17일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병호 전 원장의 영장 기각과 관련해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의 '깜짝 자백'이 주된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이 전 원장은 전날 심사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요구해 특수활동비를 제공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청와대 측' 요구로 월 1억원대의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사실까지는 인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전 원장이 전날 갑작스럽게 박 전 대통령을 거명하자 곁에 있던 변호인마저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남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은 검찰 조사와 법원 영장심사 때 모두 청와대 측의 요구에 따라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청와대 특활비 상납을 시작한 남 전 원장은 자금 요구를 한 인물이 안봉근 전 비서관이라고 심문 과정에서 밝혔다.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의 갑작스러운 박 전 대통령 언급이 법원 입장에선 진실 규명에 협조하는 태도로 인식돼 증거 인멸 우려를 희석해 영장 기각 결과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이 전 원장의 경우 세 전직 원장 중 상납액이 가장 많은 25억∼26억원에 달하고 '진박 감정용' 청와대 불법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제공한 정치관여 혐의까지 별도로 받는다는 점에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그를 다시 소환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제 어떤 식으로 특활비 상납 요구를 받았는지를 조사하고 나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 구속으로 40억 상납 의혹 수사의 중요 관문을 넘은 검찰은 후속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를 매달 300만∼500만원씩 별도로 받은 것으로 조사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신동철 전 정무비서관과 '진박 감정용' 여론조사에 관여한 현기환·김재원 전 정무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기환·김재원 전 수석 등에 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수사는 단계 단계로 이어지는 것으로 이제부터 여러 가지 남은 의혹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 보강 조사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서울구치소 방문 조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국정원 특활비 상납 조사 (PG)
박 전 대통령 국정원 특활비 상납 조사 (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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