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 1,000명 죽이는 데 아군 800명이 죽었다.’ 중국이 15개월 만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을 푼 뒤 중국 언론의 기사다. 한국 못지않게 중국의 손실도 컸다는 뜻이다.

중국은 우리 기업의 숨통을 조여 한국 정부 항복을 얻어내려 했다. 롯데마트와 현대차가 몰매 맞고 여행 업계가 쑥대밭이 됐다. 그 힘든 시기를 기업들은 묵묵히 버텨냈다. 어떤 기업도 사드 배치에 항의하지 않았다.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 정부를 탓하지도 않았다. 국가 안보가 우선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1~9월 전체 수출 금액의 23.6%가 중국시장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퍼사이클(초장기 호황)을 등에 업고 불안한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반도체 패권은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2000년대 혹독한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았기에 가능했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경쟁자를 하나 둘씩 쓰러뜨리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두 기업의 경영진과 근로자, 협력업체들이 죽기 살기로 버틴 결과였다. 그 성과를 지금 한국 경제가 고스란히 맛보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는 국내 고용도 2011년 이후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인력이 줄어들 때도 반도체 사업 담당 부품(DS) 부분은 매년 인원이 꾸준히 늘어왔다.

기업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정부의 이중성(二重性)이다. 수출이 호전되고 주가가 뛰자 정부는 자기 공인 양 낚아채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나라는 기업을 존중하고 소중히 대한다. 중국 공산당 마저 당 지침에 ‘기업가 정신’을 명시했다. 그 예외가 우리나라다. 언제부턴가 ‘친(親) 기업’을 말하면 ‘적폐’ 취급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을 혼내줬다”며 자랑했다.

15개월의 무지막지한 사드 보복을 버텨낸 것만해도 기업들의 전략적 인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업들에 눈물겹도록 고마워해야 한다. 정부는 제발 착각에서 헤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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