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 복귀날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 6명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열린 출근길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2012년 3월에 해고되던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고요. 정의를 대변해 왔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실현됐습니다. 한 번도 의심해본 일 없는 일인데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까 정말 꿈같습니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 정말 다시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_ 이용마 MBC 기자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170일 파업 도중 해고됐던 해직언론인 6명(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이 5년 만에 MBC로 돌아왔다.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MBC 사옥 대형 전광판에는 이들의 복직을 환영하는 구성원들의 메시지와 '어서와, 복직은 처음이지?'라는 글귀가 떠 있었다. 같은 글귀가 쓰인 노란 손수건도 곳곳에 장식돼 있었다. 

이용마 기자를 제외한 5명은 노란 꽃가루를 맞으며 레드카펫을 밟고 사옥 안으로 들어갔고, 이 기자는 김민식 PD와 함께 휠체어를 탄 채 구성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해직자들은 5년 만에 사원증을 걸었다.

법원이 '공정방송은 노사 양쪽의 의무이자 언론인의 근로조건'이라고 판결한 2012년 170일 파업을 이끌었던 정영하 전 MBC본부장은 "해직 막내(최승호)가 큰일을 했다. 저희 복직도 시켜주고 MBC를 건설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리기 위해서 이렇게 나란히 같이 서게 해 줬다"고 말했다.

정 전 본부장은 "걱정도 많고 염려도 많았지만 내색하기 좀 힘들었다. 다 잘될 거라고 얘기는 했지만 겁도 났다. 하지만 이렇게 오늘까지 온 건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지난 5년간 받기만 했는데 이제 잘 갚겠다. 반갑습니다!"라고 외쳤다.

파업 당시 '9부 능선을 넘었다'며 노조원들을 독려했던 강지웅 MBC본부 사무처장은 "여러분은 믿지 못하겠지만 저는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그동안 고통받았던 많은 후배들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복직을 앞두고 7㎏ 감량하고 온 박성제 기자는 "개학을 앞둔 초딩 같았다. 새 친구들 만나고 못 봤던 사람들을 보고 싶은데, 가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하니까"라며 "해직언론인들이 가서 이제 제대로 하겠지 하는 분들이 많아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MBC 재건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파업 전 기자회장으로서 제작거부를 이끌었던 박성호 기자는 "혼자라고 생각될 때가 있었는데 돌아올 때 보니까 여기 계시는 조합원, 사원 여러분과 우리를 많이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시민 여러분들이 제 뒤에 함께 들어온 것 같다"며 "관심과 응원이 얼마나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지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가 느낀 걸 다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MBC 새 사장으로 선임돼 다른 해직자들보다 먼저 출근한 최승호 사장은 "해직자들을 지키고 서로 격려했고, 그 사람들의 회유를 이겨내면서 함께 끝까지 지금까지 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부분은 우리 승리에 국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품고 MBC가 공영방송으로 우뚝 서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용마 기자는 "촛불시민, 그분들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우리의 시사, 교양, 드라마,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2012년 MBC 파업 당시 이른바 '주류언론'으로부터 외면당했던 경험을 전하며 "아무리 외쳐대도 사회에 반영되지 못해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 감시와 비판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변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39일 파업, 170일 파업, 72일 파업. 무려 1년 가까이 길거리에서 싸웠던 동지들이 우리 바로 옆에 있다. 우리 MBC 구성원들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바로 내 옆에 가장 믿을 만한 동지가 있다는 것,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이 어디 있겠나."

◇ 이용마 기자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아, 반드시 돌아올 것"

6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출근길 행사 이후에는 복직기자들의 보도국 투어로 이어졌다. 사옥 밖 레드카펫 때와 마찬가지로 보도국 기자들은 양쪽으로 서서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기자를 맞았다. 

한정우 신임 보도국장은 "긴 시간 진짜 고생 많으셨다. 환영한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기자에게 "솔직히 고상한 저널리즘 하기에는 지금 (보도국 내부가) 많이 어수선하다. 먼저 돌아온 성제, 성호, 선후배들 다들 열심히 해서 몇 달 안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공간 만들어 놓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몇 달 안에 이 자리에서 리포트하면서 같이 보자"고 전했다.

세 기자는 'MBC News'라고 써져 있는 마이크를 잡고 보도국 복귀 소감을 밝혔다. 클로징 멘트는 'MBC뉴스 OOO입니다'로 통일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박성제 기자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울먹였다. 그는 "행복하고 고맙다"며 "보도국에 저만 돌아온 거 아니다. 은혜 갚고 저희 뉴스 되살릴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는 "제가 해직기자가 안 됐다면 이렇게까지 사랑과 주목 받을 만한 기자였을까. 해직기자 프리미엄을 가지고 과분한 관심을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 스스로를 서로 의심하지 않고 믿기만 한다면, 저는 우리가 앞으로 해 나갈 일들이 남들의 모범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분들을 믿는다"고 밝혔다.

보도국에 아는 얼굴이 많아서 절로 힘이 난다고 말문을 연 이용마 기자는 "너무 복된 날, 환영 받고 오는 것 같다"며 "뉴스를 재건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오늘 여러 선후배들을 보고 정말로 힘이 난다.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 걱정하지 마시라. 반드시 돌아오겠다.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약속한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MBC기자협회는 복직기자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선후배 동료들이 적은 편지와 경량 패딩, 지압 슬리퍼, 칫솔과 치약받침 등이 들어 있는 '보도국 생존 키트'였다. 개별 선물로는 목캔디(박성호), 동전 파스(박성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이용마)이 마련됐다. MBC영상기자회 역시 좋은 기사를 쓰라는 의미로 볼펜을 선물했다.

복직기자들은 동료들과 함께 주조정실과 MBC뉴스 스튜디오를 둘러보기도 했다. 특히 이 기자는 앵커석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편, MBC본부는 오늘(11일) 오후 5시,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복직 행사 '어서와, 복직은 처음이지?'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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