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노컷뉴스 자료사진)

최순실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다시한번 드러났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서 복구한 녹음파일 일부를 공개했다.

◆ 박근혜 : "저녁이 있는 삶. 그게 그렇게 인기를 끌었다고. 지난번에 손학규."
◇ 최순실 : "굉장히 좋네요."
◆ 박근혜 : "경제부흥 국민행복보다 저녁이 있는 삶."
◇ 최순실 : "그렇죠."
◆ 박근혜 :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게 좋지 않아요?"
◎ 정호성 : "그동안 경제부흥이라는 걸 선생님(최씨)이 말씀하셨는데, 한동안 많이 안쓰던 단어인데 먹힐 것 같다라구요."
◆ 박근혜 : "워낙 다들 바라니까."
◇ 최순실 : "경제부흥."
◆ 박근혜 : "문화라는 표현을 안써도 느낌이 복지 대신 국민행복 쓰듯이."
◇ 최순실 : "응 한번 좀 찾아봐요."
◎ 정호성 : "네."
◇ 최순실 : "그걸 딱 해서 그걸 국가기조로 해서 컨셉이 되는…공무원들도 알고 뭐도. 이번 취임사에… 1부속실에서 하는 게 그런 일이여."

검찰은 최씨가 박근혜 정권의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인 '경제부흥'을 처음 제안했으며 이를 공무원들에게 시달하고 청와대 제1부속실에서 챙기라며 국정전반에 개입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2013년 10월 27일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대화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 앞서 수석비서관회의를 개최하고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최씨는 "그냥 훌쩍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 같아"라고 한다.

이에 따라 실제로 2013년 10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린다. 회의에 앞서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통화에서 "톤을 어떤 식으로"라며 박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먼저 묻기도 했다.

또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에서 '댓글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밝혔으나, 최씨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같은 내용을 반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 당시 총리의 대국민담화를 오전에 해야 한다고 최씨가 결정한다.

◎ 정호성 : "내일 국무총리 대국민담화 발표가 1안과 2안이 있습니다. 오전 10시가 있고 오후 2시가 있습니다."
◇ 최순실 : "오전에 하기로 했는데."

특히 2013년 11월 22일 대화에선 정 전 비서관과 최씨가 이메일을 공유하며 대통령 말씀자료 등 국정운영 관련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정황이 밝혀졌다.

◇ 최순실 : "좀 적어보세요. 오늘 다 일정 끝났어요?"
◎ 정호성 : "일정 다 끝났습니다"
◇ 최순실 : "그 저기 처음에 그 저기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때"
(중략)
◇ 최순실 : "각 분야에서 이렇게 캐치하고 이런것 소상히 그런 문제점을 올려줘. 한해 넘기면서 노고 많았다. 차질없이 그리고 서로 독려하면서 그렇게 해야지 슬쩍 한번 넘기구요."
정호성 : "네."
◇ 최순실 : "이 메일이 잘 안 열려. 내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이렇게 정쟁을 이끌고 가는 것은 이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데, 1년 동안 야당에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의도가 뭔지."

또 2013년 10월 27일 대화를 통해 박 전 대통령도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이 유출되고 있던 사실을 알고 있던 정황도 나타났다.

◆ 박근혜 : "이거 자료 왔는데 빨리 정리해야 되는데 어떻하죠. 내일 발표할 건데."
◎ 정호성 : "이정현 (홍보)수석한테 제가 연락을 해서 대통령님께 올려드린 자료를 받았습니다."
◆ 박근혜 : "그래요? 그럼 빨리 정리하세요."
◎ 정호성 : "내용이 선생님(최씨)하고 좀 상의를 했는데요."
◆ 박근혜 :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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