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희 울산보훈지청 보훈섬김이

보훈청에서 보훈섬김이로 일해 온 시간이 어느새 4년을 넘어서고 있다.  길다하면 길고, 짧다하면 짧은 4년의 시간을 함께해준 어르신은 모두 열 한분이다. 단순히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이 일에서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 어르신들과 함께 울고 웃고, 때로는 마음 아파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필자와 인연을 맺은 어르신들 중에서는 가족의 보살핌 속에 생을 마감하는 분도 있고, 홀로 쓸쓸하게 생을 마치는 분도 있다. 이렇게 몇 번이나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함께하다보니, 팔순을 앞둔 어머니가 있는 필자는 자연스레 ‘효’란 무엇인지 되새겨보게 된다. 생전에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용돈 한 번 더 드리는 것이 더없는 ‘최상의 효’라는 사실을 말이다. 

필자가 모시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독거노인이다. 모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분이다. 화약고 폭발사고로 양쪽 시력을 모두 잃은 어르신은 눈을 1분만 감고 있어도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분은 앞이 보이지 않아 홀로 밖에 나서기 힘든데 할머니마저 몸이 불편해 외출이 어려웠다. 어느덧 어르신과의 바깥나들이는 방문 날의 필수 일과가 됐다. 어르신과 팔짱을 끼고서 병원, 은행, 백화점, 식당, 마트 등 여러 곳을 모시고 다니며 때로는 길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어르신과 함께하며  당연하게 여겨왔던 많은 것들에 감사함을 배웠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감사하게 된 또 다른 하나는 울산보훈지청이다. 필자와 같은 보훈섬김이를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집안일을 돕고 병원에 동행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채워드리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가장 필요한 도움은 경제적 지원이다. 그리고 혼자 채워드리기 힘든 부분을 보훈청에서 채워준다. 사회봉사 단체와의 연계로 백내장 수술을 돕거나 보청기 선물, 집 보수, 생활비 지원 등 다양하다.

열한분의 부모님을 필자에게 선물 해준 보훈청에 항상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보답하는 것이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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