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길은 욕심을 버릴 때 열리는만큼
노조의 맹목적 투쟁 부끄러운 줄 알아야
성숙된 모습으로 잠정 합의 이르길 기대 

 

이홍관 편집국장

매년 연말이면 지난 한 해가 아쉽고, 다가오는 새해에 희망과 기대를 거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더욱이 근로자들은 지난 1년간 땀 흘려 일한 보람을 느끼면서 새해엔 더욱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보통의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무엇에서 보람을 찾을까. 열심히 일한 대가로 가족과 함께 삶의 질을 향상시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최고의 보람을 느낄 것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는 돈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좀 더 많은 노동의 대가를 받길 원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직장인이든, 개인사업을 하든, 경제적 사정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이끌려 새해 운세를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오랜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매년 공통적으로 독자들이 가장 즐겨 읽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오늘의 운세’다. 독자들은 ‘오늘의 운세’를 읽으면서 하루하루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겨둔 채 그저 재미로 읽는다고 한다.  오늘의 운세를 가만히 보면 ‘새벽은 두 번다시 오지 않으니 기회를 잡아라’, ‘명예가 올라가고 사업이 번성할 운이다’, ‘멀리서 귀인이 나타나 돕는다’ 등의 좋은 내용이 있는 반면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하는 일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친구를 믿지 마라 손해가 있다’,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입는다’ 등 썩 좋지 않은 내용도 더러 있다. 그래서일까. 보통 사람들의 공통점은 오늘 하루도 운이 좋아 즐거운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필자는 오랫동안 수많은 사건사고 기사를 보아왔다. 그 사건사고들의 상당수가 하나의 공통된 원인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었다. 누구나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안된다는 것을 사건사고를 통해서 살펴보지 않더라도 명언에도 많이 나온다. 네 모습 그대로 미움받는 것이, 너 아닌 다른 모습으로 미움받는 것보다 났다(앙드레 지드), 지나친 욕심은 귀신도 싫어한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말들이다. 최근 현대차 노조 ‘쩐’의 전쟁을 보면서  씁쓸한 연말을 맞고 있어 이 같은 명언들이 더욱 생각난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열리는 교섭이 임단협 연내 마무리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인상과 성과금 규모, 65세 정년 연장, 정비직군 실질임금 요구 등 몇 가지 핵심 쟁점만 남겨두고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지만 의견 접근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노사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쟁점 대부분이 결과적으로 돈과 관련된 요구여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노조에 수식어로 따라붙는 ‘배부른 귀족노조’ 별칭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 노조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 땅에서 평균 연봉  9,000만원이 넘는 직장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연봉은 자동차 업계 세계 1위 도요타 노조원도 부러워하는 최고 수준인데 생산성은 국내외 자동차 업계를 통틀어 최하위다. 1962년부터 55년 동안 무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도요타 노조가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모으는 모습에서 현대차 노조는 무엇을 느끼는지 묻고 싶다.

집행부에 무분별한 요구를 하는 노조원과 다른 계파 노동조직을 견제, 표심을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무리하게 남발하는 노조 간부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현대차가 승승장구하려면 가장 먼저 노사상생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노조 지도부가 강력한 소신과 리더십으로 노조원들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거나 노조 지도부를 투표로 선출하는 노조원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노조원들을 설득하고,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노동계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아무런 소신 없이 그저 현장의 민원을 처리하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래전 노조의 과격한 투쟁방식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젠 노조도 맹목적인 ‘투쟁’과 ‘쩐’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노조가 이번 주 교섭에서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잠정 합의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한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욕심을 채울 때가 아니라 비울 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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