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개헌 이후 30년, 한국사회 변화·미래 담을 새 틀 필요
박 前대통령 탄핵 이후 개헌 목소리…개헌특위 본격 가동
'대통령 권한 분산' 핵심 쟁점…여야 입장 팽팽하게 맞서
국민이 중심이 되는 개헌…21세기 통일한국의 비전 담아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7년 제9차 개헌안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

대통령 직선제와 더불어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5년 단임제를 도입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비상조치권과 국회해산권을 폐지했고,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를 부활시켰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일궈낸 빛나는 금자탑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 사회는 '상전벽해'라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변했다.

세계은행(WB)이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집계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보면 1조4천112억 달러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정치적으로도 군사 독재는 완전히 종식됐고, 이제는 선거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정착됐다.

사회적으로도 민주화의 바람 속에서 복잡다기한 이해관계가 상존하는 '다원화 사회'가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저성장이 고착화됐고,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는 성장 동력을 가로막는 중대한 걸림돌로 등장했다.

무엇보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불행하게 퇴임하면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 왔다.

개헌 시기로는 2018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가장 적기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현재 논의 중인 '2018년 체제'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담아내고 정치권력 분산과 지방자치 강화, 기본 권의 확대, 21세기 통일시대 준비라는 정신을 담아내고 향후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가 나아갈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제9차 헌법'이라는 헌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는 물밑에서만 오가던 개헌 논의에 불을 붙였다.

전직 국회의장 등 정계 원로들과 종교계·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으로 주권자전국회의·헌법 개정 국민주권회의는 '국민 참여 개헌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19개 단체는 지난 10월 "개헌에 헌법의 주인인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며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국민개헌넷)를 발족시켰다.

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6월 공동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지방분권 개헌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30년 전의 개헌이 정치권 주도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개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이다.

18일 현재 여야는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의 내용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회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도 함께한다는 목표로 지난 1월 1일부터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가동하고 있지만, 개헌 논의가 '당리당략'에 사로잡히면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헌의 핵심 의제인 권력구조(정부형태)를 놓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의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출되고 있는 대통령제의 문제는 역대 대통령이 헌법 위에 군림했기 때문이지,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4년 중임제는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8년으로 연장하는 '개악'이라면서 절대 반대 입장이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근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선 합의되는 것부터 개헌을 하는 '단계적 개헌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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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면서 개헌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바로 국민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미완의 개헌안'으로 남아 있는 지난 87년 체제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21세기 통일 한국의 틀을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

시대의 변화상에 맞춰 안전권·정보기본권·보건권이나 어린이·청소년·노인·장애인 또는 소비자 등 약자를 위한 권리 조항 등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강화도 시대적인 요구다.

정치공학에서 벗어나 미래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담아낼 수 있는 국민적인 총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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