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의 다리 10개중 2개는 특히 가늘고 길어 눈길을 끈다. 이 긴다리는 먹이를 잡을때나 교미할때 암컷을 힘껏 끌어안기 위한 것이기에 교접완(交接腕) 또는 교미완이라고도 부른다. 
정약전의「자산어보」에는 오징어가 까마귀를 잡아먹는다는 기록이 있다. 물위에 떠 있다가 까마귀가 달려들 때 긴발로 감아 잡아 먹는다고 ‘까마귀의 적’ 오적(烏賊)이라고 했다. 오적어(烏賊魚)라는 이름이 오징어로 변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옛날 일부 선비들은 오징어 먹물로 붓글씨를 쓰기도 했다. 이수광의「지봉유설」에는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해가 지나면 사라져 빈 종이가 된다.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자는 이를 이용한다’고 적고 있다. 또 믿지 못하거나 지키지 않는 약속을 ‘오적어 묵계(默契)’라고 했다. 이는 오징어 먹물 글씨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없어 생긴 말들이다.

‘말라 빠진 소에게 서너마리만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자산어보」에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낙지를 꼽고 있다. 스태미너 식품으로 꼽히는 것은 낙지에 들어있는 타우린과 히스티딘 등의 아미노산이 칼슘의 흡수, 분해를 돕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도에서는 소가 새끼를 낳거나 여름에 더위를 먹고 쓰러지면 큰 낙지 한마리를 호박잎에 싸서 던져준다. 이를 먹은 소가 벌떡 일어난다는 얘기도 있다.

낙지는 심해에서도 살지만 바닷속 돌 틈이나 진흙속에서도 산다. 몸통과 여덟개의 다리가 있고 위급할 땐 먹물을 뿜는다.

북한 식당에서 ‘낙지 볶음’을 시키면 한국의 오징어 볶음이 나온다. 북한의『조선대백과사전』은 10개의 다리가 있는 오징어 그림을 그려놓고 ‘낙지’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북한의 ‘오징어’가 곧 한국의 낙지는 아니다.『조선대백과사전』의 오징어는 ‘갑오징어’다. 남북한 언어에서 오징어와 낙지가 달라진 건 분단 이후다. 분단되기 전 1947년의『조선말 큰사전』에는 ‘다리 10개는 오징어’ ‘8개는 낙지’로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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