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Joy] 울산人 모여라! 울산 동호회 열전 - 울산독서포럼 ‘세라나비’

‘세라나비=책과 함께 두번째 인생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 가입 회원 140여명
회원간 도서 추천·공유·독서후 토론
‘한 줄 메모’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지역 ‘입문독서문화’ 자리매김 목표

울산독서동호회 ‘세라나비’는 “나로부터 비롯되는 목적 있는 책 읽기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들의 모임”이라며 “책을 통해 인생이라는 고속도로에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광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매화’가 봄의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한동안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푸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 이를 녹이는 데는 ‘독서’가 제격이다. 지난 겨울 내내 쌓인 책 먼지 털고 따뜻한 봄을 기대해 보자. ‘울산人 모여라! 울산 동호회 열전’ 13번째는 울산독서포럼 ‘세라나비’다.

◆책과 함께 ‘두 번째 인생’을 살다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동호회이자 독서포럼인 ‘세라나비’는 지난 2014년 출발해 올해 4년째다.

‘세라나비’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즉 책과 함께 두 번째 인생을 공유하자는 의미다.
이를 만든 장본인은 지역에서 네트워크교육 강사일을 하고 있는 박미겸 씨. 박 씨는 현재 동호회에서 황승모 씨와 함께 공동 리더로 활동 중이다.

박미겸 리더는 서울에서 잠깐 일 할 때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울산에도 이런 모임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동호회 시작은 40대 후반의 울산 중년층들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 회원 연령대는 20대부터 중년 직장인들까지 다양하다고.

‘세라나비’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된 회원 수는 140여명이지만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는 회원은 대략 20여명. 

세라나비 회원들이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모임은 월 2회를 기본이며 첫째, 셋째 주 목요일로 진행한다. 모임에 앞서 미리 선정된 책을 온라인을 통해 확인한 후, 각자가 읽는다. 모임에 와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감상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비중이 더 크다.

84회 정기모임은 22일 오후 7시 30분 남구에 위치한 갤러리카페 쿰에서 열렸다. 이날 모임은 윌리엄 포크너가 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김명주 역·민음사)를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책은 본질이고 사람은 보물이다

특히, ‘세라나비’의 회원들은 서로를 ‘선배님’이라고 불러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박 리더는 “옛날 공자 말씀에 3명 이상 모이면 배울게 있다고 했다”며 “하물며 나이, 직장 상관없이 책 하나를 가지고 만나는데 배울게 없을까. 서로를 존중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동호회의 본질은 ‘책’이다. 이는 분기별 선정 도서 중 1권의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회칙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갤러리카페 쿰에서 열린 ‘세라나비’ 3주년 기념행사에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책 읽는 사람’도 중요하다. 분기별 6회 모임 중 1회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오프라인 모임 참석 때 회원들의 넓은 의견 수렴과 다양한 해석 존중은 당연하다.

또,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마시길, 정답을 만들어 가시길’은 세라나비의 모토다. 박 리더는 “나로부터 비롯되는 목적 있는 책 읽기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들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너를 위한, 나를 위한 한 줄 

독서동호회답게 책 관련 프로그램도 알차다. ‘너를 위한 한 줄, 나를 위한 한 줄’은 당일 모임에서 읽은 책 중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을 뽑아 메모장에 직접 손 글씨로 쓴다. 

이를 네이버 밴드에 올려 공유하고,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회원에게 다음 모임 선정 도서를 선물한다. 선물할 책은 모임 때마다 내는 회비 1,000원을 모은 돈으로 구입한다.

지난 연말 송년회 때 책 선물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눈 회원들.

박 리더는 “3개월마다 회원들끼리 괜찮은 책을 추천하고, 이를 투표해서 최다 표를 받은 책 6권을 읽고 토론한다”며 “한 줄 메모 프로그램도 각자의 생각을 짧은 글로 써보고, 공유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본깨적’을 기본으로 독서한다. ‘본깨적’이란 보고 깨우치고 실생활에 적용하자는 독서법을 뜻한다. 이에 모임의 기본은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오프라인 모임 통해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담자는 거다.

책을 읽은 뒤에는 각자의 감상을 바탕으로 한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울산의 ‘입문독서문화’ 제대로 자리 잡고파

무엇보다 독서모임이라고 하면 다들 생각하는 ‘부담감’을 없애고 싶은 ‘세라나비’다.

박 리더는 “책 초보들 같은 경우, 독서모임이라고 하면 책을 많이 읽어야 되고, 아는게 많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이를 떨치고 싶다”며 “깊게 읽는 독서 대신 얕고 넓게 책을 읽고 독서량을 늘리는데 초점을 둔 ‘입문독서’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하충호 회원이 쓴 ‘너를 위한 한 줄, 나를 위한 한 줄’ 메모.

이어 그는 “대신 책을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편하게 모임에 와서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밝히는 자리로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 리더는 울산에서 ‘세라나비’만의 독서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싶다. 지역에서 독서모임을 4년 째 운영 하면서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운영진을 비롯해 다들 봉사하는 마음으로 모임을 운영 중인데, 조금 더 활성화 되길 바란다”며 “‘늘 이 자리에서 기다린다’는 승모 리더님의 말처럼 세라나비는 울산 시민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을 책과 함께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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