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이 많아질수록 밥자리, 술자리가 잦아졌다. 약속이나 한 듯이 (부학회장이던) 내가 (원로 극작가 겸 연출가) 옆에 앉았고, (그는) 손부터 시작해 허벅지, 팔뚝살 등을 만졌다’고 했다. 그는 또 2003년 2학기에 차 안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춥다고 덮으신 무릎 담요를 같이 덮자시면서 허벅지에 손을 올리셨다. 점점 중요 부위로 손이 다가왔다. 무릎에 힘을 주어 오므리고 담요 위로 주먹을 쥐어 올려놨다. 흐물흐물 여기저기 활로를 찾고 있는 손에 눈이 달린 듯했다. 무릎이 저려왔고 땀이 뻘뻘났다’고 했다. 연극계 성추행 파문이 경륜 50년의 원로 극작가·연출가인 일흔여덟살 오태석 서울예대 교수에게로 번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름 두문자 ‘ㅇㅌㅅ’으로 표현하거나 대학 학과나 연극 제목 등을 거론해 사실상 오태석을 지목했다.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하략)’ 최영미 시인은 시 ‘괴물’에서 원로 고은 시인을 ‘En 선생’이 여성 후배의 몸을 함부로 만진다고 사실상 실명 비판했다.

출퇴근 시간대 붐비는 지하철에서 성추행  치한은 만원 승객 사이로 빠져나가고, 엉뚱한 사람이 치한으로 몰려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일본에선 전철 내 치한 범죄 적발 건수만 매년 3,000건이 넘는다. 따라서 엉뚱한 치한 누명도 많다. 기소된 어느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의 영화까지 제작될 정도다.

이처럼 억울한 ‘치한 누명을 벗을 수 있는 스마트폰 서비스가 일본에서 개발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된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팔찌를 양쪽 손목에 차고 전철 등에 탄다. 팔찌의 카메라는 이용자 손 위치 등을 촬영한다. 스마트폰 앱은 이 손의 영상을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해 저장해둔다. 만약 치한으로 오해를 사면 서버에 저장된 영상을 경찰에 제시할 수 있다. 곳곳에 도사린 ‘괴물의 손’은 이제 일상의 공적(公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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