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살다가 이룬 것 없이 죽는 삶이 공생도사(空生徒死)다. 무위도식(無爲徒食)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밥만 축내며 산 삶이다. 취생몽사(醉生夢死)는 술에 취해 살다가 죽는 것이다. 짐승도 죽어 가죽이라도 남기는데 되는 대로 살다가 죽는다면 너무 허무하다.

그렇다고 권력에 취하고 재물에 눈이 멀고 보면 옳고 그름의 판단을 잃게 된다. 권력의 주구(走狗)가 되고 재물의 노예가 되는 삶은 차라리 공생도사만 못하다. 공생도사야 그 폐해가 제 인생을 탕진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잘못된 사명감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과 재물욕은 명분을 어지럽히고 세상에 해독을 끼친다.

아전이 밤중에 수령을 찾아와 소곤댄다. “이 일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소문이 나면 자기만 손해인데 누가 퍼뜨리려 하겠습니까?” 수령은 그 말을 믿고 뇌물을 받아 챙긴다. 아전은 문을 나서자마자 수령이 뇌물을 먹은 사실을 떠들고 다닌다. 경쟁자를 막기 위해서다. 소문은 금새 쫙 퍼져, 깊이 들어앉아 있는 수령 자신만 모르고 다 안다. ‘목민심서’의 ‘율기(律己)’에 나오는 얘기다.

글의 제목은 ‘뇌물을 줄 때 비밀로 하지만, 한밤중에 준 것이 아침이면 이미 드러난다’이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누가 알겠어? 이 생각이 큰 도둑을 만든다. 여기에도 남이 알까봐 속임수를 쓰는 기무지(欺無知)와, 남이 알아도 겁날 것 없다는 불외유지(不畏有知)의 두 등급이 있다. 전자는 그래도 양심이 조금은 남았지만, 후자로 넘어가면 눈에 뵈는 게 없어 물불을 가리지 않다가 망한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만큼 구설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인물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 하다. MB 재임시 ‘상왕(上王)’ ‘만사형통(萬事亨通)’ ‘영일대군’으로 불린 그는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을 능가할 영향력을 과시했다. MB의 검찰소환을 앞두고 마지막 증인으로 조사를 받고 휠체어에 의지해 검찰을 나서는 ‘만사형통’. 권력의 주구가 되고 재물의 노예가 되는 삶은 차라리 ‘공생도사’만 못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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