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권,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돼야'…청와대發 개헌안 비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및 불법자금 수수혐의, 다스(DAS)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14일 검찰로 나서기 전 그의 자택에는 자유한국당의 옛 친이(親李)계 인사들이 집결했다. 

친박(親朴)계에 앞서 한 때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이계였지만, 이날 모습을 드러낸 현역 의원은 권성동·주호영·김영우 의원 등 단 3명 뿐이었다. 지난해 말 이 전 대통령의 '트리플 크라운 데이'(이 전 대통령 생일·결혼기념일·17대 대통령 당선일)를 기념해 열린 송년회와 비교하면 3분에 1로 줄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 전 대통령 자택을 찾은 김 의원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권은 오늘 그 치졸한 꿈을 이뤘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치보복, 또는 적폐청산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정치보복 얘기를 한들 바위에 계란치기라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이 같은 정치적 비극은 앞으로 더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고 밝혔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가운데 이재오 전 의원,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등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던 측근들이 접견을 마치고 사저를 나서고 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현역 의원들 외엔 MB정부 시절 '왕의 남자'로 불렸던 이재오 전 의원과, 안경률·최병국 전 의원, 이동관·김두우·김효재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류우익·임태희·정정길·하금열 전 비서실장 등도 모였다. 현재 한국당에서 '홍준표 맨'으로 불리는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도 참석했다.

한 때 다스(DAS) 수사의 부당성을 비판했던 한국당은 이번엔 이 전 대통령과는 선을 그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굳이 말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개인비리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선다"며 "죄를 지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현 정권을 향해 "복수의 일념으로 전 전(前前) 대통령의 오래된 개인비리 혐의를 집요하게 들춰내 꼭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을까"라며 "MB처럼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이 한창인 지난 1월 3일 이 전 대통령과 회동한 뒤 6일엔 "다스는 개인기업"이라며 "개인기업의 소유자가 누군지가 수사의 대상이 된 전례가 있느냐"며 검찰 수사를 비판한 바 있다.

한국당의 미묘한 태도 변화를 두고는 대선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옹호 입장을 보이다가 대선 후 선긋기를 한 과거의 행보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다소 초라했던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과정을 바라보는 정치권에선 자연스레 '권력무상'이라는 단어가 회자됐다.

한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구속이라는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준비 중인 개헌안을 비판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지난 역사의 한 시기를 넘기고 새로운 사회, 국가시스템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그것은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는 개헌이 돼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앞세우고 4년 연임 대통령제를 밀어붙이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말이 지켜져야 하고, 법치가 확립돼야 하며, 어떤 부패나 비리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다만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연달아 소환되는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저희들도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이 5년 임기마다 민주적인 국가질서를 유린하면서 부패, 비리, 국정농단에 연루된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하겠다고 안을 국회에 던지려 한다"며 "이런 행위 자체가 바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독선과 오만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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