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많은 장애인들 중 일부분은
경제적 착취·방임 등 인권침해에 노출
올해 큰 힘이 돼줄 지원군 많아졌으면

 

성현정 울산북구장애인인권센터장

2018년 구정이 한달 정도 지났다.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우리는 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무엇인가 도전해 보거나 바꾸어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것이 새해가 주는 아주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최근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접하는 내용이 누군가의 잘못을 오랜 시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숨기고 덮고, 묻어두었던 사실들을 드러내고 밝히고 꺼내 보이는 내용들이다. 그 내용들을 접할 때마다 한 편에서는 놀라고 당황하고 충격에 빠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이제야 사실이 드러나는 군, 그래 올 것이 왔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들을 마주할 때마다 생기는 의문은 ‘저들은 왜 이제?’라는 것이다. 그동안 그와 관련됐거나 유사한 사건들이 있어왔고 결정적인 한 마디가 없어서, 혹은 저 조직이라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상황에서는 귀 막고, 눈 가리고, 입 가리고 가만히 있더니 이제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하고 여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진작 좀 이야기하지.’

그러나 여기엔 또 많은 관계로부터의 억압이 있는듯하다. 대부분이 힘이 있거나, 혹은 더 많은 힘을 가진 자들로부터의 억압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억압은 항상 내 속에서가 아니라 바깥에서부터 가해지는 것들이라 벗어나려면 내 안에 이 상황과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외적으로는 나를 지지해 주고 함께하는 큰 힘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 장애인 당사자의 삶도 마찬가지다. 장애로 인해 위축되고 억압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엄청난 학대와 전반적인 차별이 존재하더라도, 그래서 내가 처해 있는 학대나 차별, 인권침해와 같은 상황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이슈화 되더라도 ‘나도 그런 학대와 차별을 받았다고’, 혹은 ‘나는 그보다 더 심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이야기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수없이 보도되고 수사가 시작되고 시설이 폐쇄되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고 하지만 우리사회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드러나지 않고, 그 폭력과 억압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장애인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애인의 삶을 답답해하고 안타까워하며 바라보는 사람들 가운데는 ‘왜 저런 일들이 드러나지도 않고 누군가 신고도 못하고 그렇게 있는 것일까’ ‘진작 이야기도 좀 하고, 스스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게 되는 것 역시 내부자의 용기와 그를 지지하는 힘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의 많은 장애인들이 가족이나 이웃, 혹은 동료나 시설종사들로부터 신체적인 폭력, 협박이나 위협 같은 정신적 학대, 성희롱이나 성폭력,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임금을 못 받는 등의 경제적 착취나 아파도 제 때에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등의 방임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권침해 현장에 놓여있다. 그리고 단차(문턱)나 계단, 문자나 소리로만 만들어진 정보들, 어려운 말들로 제공되는 정보들, 대형 건물이나 공공기관에만 있는 장애인화장실 등 말로 열거하기가 어려울 만큼 많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학대를 범죄로, 차별을 인권침해로 인정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러한 일들로 처벌 받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장애인 당사자 가운데 어떤 이는 혼자, 혹은 소수의 사람들이 부당한 상황에 소리도 지르고, 나와서 피켓도 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하소연도 해봤지만 아무도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가끔 본다. 그럴 때, 오히려 시끄럽다고 더 크게 소리 지르고, 배은망덕한 놈이라는 말만 되돌아오더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필자는 또 ‘그렇게 혼자라도, 혹은 소수가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피켓을 들고 여기저기 찾아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였다면 나와 함께 둘이서, 소수였다면 그 수에 나 하나 더해서 함께 하자고 이야기 한다.

2018년 우리에게는 또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이다. 올해는 우리 장애인당사자들이 스스로 억압된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힘이 생기기를, 우리 당사자들 옆에서 큰 힘이 되어줄 지지 세력들과 지원군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필자 또한 우리 당사자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고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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