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상과학영화와 소설에서 ‘블랙홀’은 공간 이동을 할 때 사용하는 단골 소재였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천체이므로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어디선가 사라지는 물질이 나오는 화이트홀이 존재할 것이라는 전제에서였다. 그러나 1974년 이후부터는 이런 가설이 사라졌다. 32세의 젊은 과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이 블랙홀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부터였다.

1964년 과학자들은 우주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항상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상우주론과 뜨겁고 밀도가 높은 하나의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대폭발이론을 두고 논쟁이 뜨거웠다. 스티븐 호킹 교수는 그의 ‘특이점과 시공간의 기하학’이라는 박사 논문에서 정리한 대폭발이론으로 논쟁을 종결시켰다.

이런 호킹이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의 이론을 지금의 기술로는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블랙홀과 우주 탄생의 기원이 된 ‘특이점(特異點)’ 이론을 일반인은 이해할 수 있을까.

21세 때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앓아 온 호킹 박사는 패럴림픽과도 인연이 깊다. 대중 앞에 직접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 등장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1985년 폐렴을 앓아 기관지 절개 수술을 받은 뒤로 목소리까지 잃어버린 상태에서 눈꺼풀만 겨우 움직였다. 컴퓨터 음성 합성 장치를 통해 “우리는 모두 다르다. ‘표준적 인간’이나 ‘평범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패럴림픽은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준 사람이다. 비록 기계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었지만 세상에 발자취 남기는 데엔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갈릴레이 서거 300주년이던 1942년에 태어나 1~2년 밖에 못 살 것이라는 선고를 받고 무려 55년을 더 살면서 물리학 역사를 새로 쓴 그는 아인슈타인 생일인 3월 14일에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 어느 우주를 탐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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