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개헌안 주요 내용

일제 잔재 ‘근로’→‘노동’ 변경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 명시
생명권, 사형제도 폐지와 연관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신설
국민이 국회의원 소환 가능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 비서관. 연합뉴스

헌법이 지향하는 정신과 가치를 담은 전문(前文)에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부마항쟁, 6·10 민주항쟁을 수록한 ‘문재인표’ 개헌안은 한국 사회의 실질적 민주화를 이끈 이정표적 사건을 명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또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기본권을 강화한 것,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사용돼 온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꾼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생명권·안전권·정보기본권·주거권·건강권을 신설한 것이다. 생명권 신설은 추후 사형제도 폐지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고, 주거권과 건강권은 사회보장을 국가의 시혜적 의무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변경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기소독점주의를 상징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이 삭제, 영장청구를 검사 외의 다른 주체가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개헌안에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신설해 국민이 ‘입법자’로서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권력의 감시자’로서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생명권·안전권·주거권·건강권·정보기본권 신설

1987년 개헌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를 거치면서 새롭게 대두한 기본권이 다수 포함됐다.

먼저 세월호 참사와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했다. 다만, 생명권을 도입한다고 해서 낙태죄와 사형제가 바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또 현행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보호노력의무’를 ‘보호의무’로 강화했다.

아울러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와 함께 사회보장을 국가의 시혜적 의무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변경해 사회보장을 실질화하고,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과 국민의 건강권도 신설됐다.
이밖에도 군인 인권을 보장한다는 조항도 신설됐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물보호에 대해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노동자 권리 강화 등 현행 기본권 개선

기존의 헌법에 명시돼 있던 기본권을 개선하는 내용이 비중 있게 포함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한 부분이다.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이와 함께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하는 한편,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생활 균형’에 관련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하고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다.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는 ‘노동’으로 수정했다.

일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 한정하지 않은 점도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 국제사회에서의 위치 등을 반영했다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직업의 자유·재산권 보장·교육권·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국가안보와 관련한 권리의 주체는 ‘국민’으로 한정했다.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청원권 규정을 변경해 상대적으로 기본권 보장을 강화한 것도 대통령 개헌안의 특징이다. 대통령 개헌안에는 ‘선거운동은 각급 선관위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한다’고 돼 있는 현행 헌법 116조를 수정해 국민의 참정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등 삭제되는 헌법조항

현행 헌법조항 중 검사의 영장청구권 등 일부 조항이 삭제됐다. 그렇다고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영장청구 주체와 관련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청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된다 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그대로 유효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유신헌법에서 처음 도입된 군인 등의 국가배상 청구권 제한 조항은 명백하게 불합리한 차별인 만큼 삭제했다.

◆국민발안·국민소환제 신설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대거 포함됐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의 신설이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한 제도이며,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법에서는 국민발안이 인정되지 않은 탓에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국회에서 입법발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방법이 없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과 국민발안의 구체적 요건은 국회가 논의해서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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