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탕은 어느 공장에서 만든 것일까
어떤 여공이, 자신의 눈동자처럼 초롱초롱한 걸 만들어 낸 것일까
혀를 대면 녹아 내린다

누군가에겐 달콤하고, 누군가에겐 쓰디 쓴 알약이다
약이 되는 설탕 
누가 저기에 걸어놓은 것일까
막대기는 어디로 달아나버린 걸까

C12H22O11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되어 설탕이 된다
공장에서는 오늘도 눈엿(雪糖)이 만들어진다
세상이 눈발로 가득하다

사탕을 먹으며 사람들이 깔깔거린다
달착지근한 마약
눈보라가 휘청거리는 밤거리, 오늘 밤
하늘에서 설탕이 쏟아져 내린다

 

정연홍 시인

◆ 詩이야기 : 달 만큼 인간에게 친근한 이미지가 또 있을까. 태양은 정열을 뜻하지만 달은 그 반대의 의미이다. 늦은 퇴근길, 달을 보며 걷는 가장의 어깨는 얼마나 처져있을까. 이십대 청춘남녀가 함께 보는 달은 또 얼마나 희망차고 긍정적일까. 같은 달을 보면서도 한 쪽에선 사랑으로, 한 쪽에선 비극적으로, 또 어떤 쪽에선 솜사탕으로 바라본다. 달은 그런 존재다. 우리가 보는 달은 진짜 달일까. 대기권을 통과한 달빛은 찌그러지고 왜곡돼 지구에 도착한다. 또한 달의 향기는 어디에도 없다. 달이 뿌린 빛이 우리의 시각에 잡힐 뿐이다. 달빛은 설탕이 돼 지구에 내린다. 달빛은 똑같은 달빛인데, 이기적인 인간은 각자의 시각으로 달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입맛으로 달의 맛을 말한다. 인간은 그렇다.

◆ 약력 : 1988년 부산일보신춘 동화 당선. 2005년 시와시학 시 당선. 시집「세상을 박음질하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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