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관계 바탕 둔 일자리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
사람 모인 공동체 이끌어 줄 ‘마을 활동가’ 양성 주목
행정적 경험·지역 지식 가진 퇴직공무원 적극 나서길

 

권태목 울산발전연구원 박사

예전에 일본의 지인들이 한국을 방문을 했을 때, 함께 창덕궁을 간 적이 있다. 문화관광해설사 중 일본어 안내원의 연세가 꽤 높아보였는데, 유창한 일어 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일을 했길래 이렇게 일어를 잘 하느냐하고 물으니 외교부 공무원을 퇴직하고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어떤 업무를 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일어를 자주 사용했을 것이고, 그 전문성을 퇴직 후 문화관광해설사로 연결시킨 것이라 생각됐다. 

이렇듯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퇴직을 사회적 활동의 끝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분야로 영역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수입의 문제를 떠나 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것은 제2의 인생을 향유하는 방법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업무적으로 과도하지 않으면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일자리일 것이다. 

최근 기계화의 발전이 정점에 이르러 이제는 생각의 영역마저 넘겨줘야 될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가운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바탕에 둔 일자리야말로 사람만이 지켜갈 수 있는 일자리일지도 모른다. 

물건을 만들고, 운전을 하는 것 등은 기계에게 전임시키더라도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 공동체라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은 나름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최근에는 주민자치, 도시재생 등 주민공동체가 기반돼야만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다양한 유형의 도시운영 방법들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쉽지만은 않다. 도시가 비대해지고 이웃의 의미가 퇴색한 시대에 공동체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대해서 총론으로는 공감을 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기 쉽지 않다. 특히 공동체라는 것을 특정 지식과 방법으로 일률적으로 정의내리고 활성화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공동체는 어떠한 사람들이 참여하느냐에 따라서 그 활동성이 확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람이기에 다양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변수들을 어떻게 대처할지는 사람마다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공동체 안 분위기를 형성하는데도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는 흔히 ‘마을 일꾼’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을 일꾼이 바로 마을 리더이고, 마을 활동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마을에서 공동체를 형성시키는 역할을 행할 수 있는 마을활동가 양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동체 교육프로그램에서나 도시재생 주민학교에서나 가장 먼저 행하는 것이 바로 마을활동가 양성을 위한 것들이다. 이러한 교육만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마을활동가들이 잘 양성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지역에서는 타지역 사람이 마을활동가로 활동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다고도 하니 난감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실의 제약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행정적인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지역의 사정에 매우 밝은 공무원 퇴직자들이 이러한 공동체 속으로 들어와 줬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사업지원 주체가 공공이기에 후배 공무원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겠으나, 이같은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퇴직자라면 열린 마음으로 과거의 권위가 아닌 마을과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으로 스스로 동참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대학 수가 적은 울산에서는 이러한 분야의 인력공급이 쉽지 않다. 구직공고를 해도 지원자 수는 극히 드물고, 현재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곳마다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곳도 꽤 많다. 

열린 마음을 가진 퇴직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력공백을 메울 수 있으면 어떠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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