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으로 이어지는 어떤 행동, 나쁜 결과 등을 가리키는 말이 ‘적폐(積弊)’다. 적폐는 오랜기간 쌓인 잘못된 행위, 관습, 구태(舊態)다. 악폐(惡弊)는 반복해서 이뤄진 나쁜 일, 폐해(弊害)는 그런 행위로 생기는 잘못이다. 폐단(弊端)은 그런 잘못이 머무는 곳이다.

남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말은 어폐(語弊)다.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지독한 병증처럼 잘못이 있는 경우는 병폐(病弊)다. 잘못된 행위와 습속이 쌓여 아주 고단한 정도에 이르는 상황은 피폐(疲弊)다. 작폐(作弊)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버젓이 행위로 옮길 때 쓰는 말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남의 답안을 훔쳐보는 ‘커닝(cunning)’으로 쓰이고 있어 흥미롭다.

補偏救弊(보편구폐)라는 성어가 있다. 중국 사서인 <한서(漢書)>에 나오는 말로, 기울어짐(偏)을 바로잡아(補) 폐해(弊)를 고친다(救)는 말이다. 주목할 점은 바로 서 있지 않는 것, 편향(偏向), 경사(傾斜) 등을 피해야 폐단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의 흐름이다. 

요즘 정가에서는 ‘적폐청산’이 구호가 됐다. 맥락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행했던 개혁의 흐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개는 파당(派黨)적 이해 탓에 진지하고 알찬 개혁을 이끌지 못했다. 이점이 우리 사회의 ‘진짜 적폐’다. 새 정부 또는 당파적 이해, 정략적 접근으로 정치적 보복에 이르면 진짜 적폐의 크기만 키울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혼선(混線)’등의 표현을 쓰면서 “적폐 청산은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는 전(全) 방위 JP(적폐) 지수 때문에 공직사회의 동요가 심각해졌다는 증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상위원회’는 지난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업무에 관여했던 공무원 25명을 무더기로 수사 의뢰했다. 실무집행자 10여명에 대해서는 사실상 징계에 해당하는 ‘신분상 조치’까지 장관에게 권고해 ‘과잉 보복’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위선적이거나 지나친 ‘JP 지수’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부를 뿐이다. 자신부터 뒤돌아보는 적폐 청산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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