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 수도 워싱턴이다. 포트맥 강변을 끼고 피어 있는 벚꽃을 보기 위해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이 벚꽃은 미국과 일본 간 ‘가쓰라-태프트 조약’ 이후 1909년 도쿄시장이 우호의 상징으로 왕벚나무 묘목을 선물해 심은 것으로 ‘일본 벚꽃(Japanese cherry tree)’으로 불렸다. 

당시 미국에서 벚꽃은 일본이 주산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벚꽃의 원산지는 한국이며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꽃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사람이 우리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다. 그는 사람들을 시켜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일본 백과사전을 뒤져 일본의 겹사쿠라(왕벚꽃)가 조선의 제주도에서 전래됐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이승만은 한미협회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꽃의 이름을 ‘코리안 체리(Korean cherry)’로 고쳐 달라고 제의했다. 이후 ‘재피니스 체리’는 ‘오리엔탈 체리(Oriental cherry)’로 바꼈다. 1943년 4월 8일 워싱턴의 아메리칸 대학 교정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24주년 기념행사로 ‘코리안 체리’ 심기 행사가 열렸다.

우리나라 벚꽃은 올해 3월 22일 제주도에서 시작해 4월 2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까지 만개했다. 최근 10년간 개화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겨울이 짧아지고 들쑥날쑥한 봄 기운과 개화 시기로 지역의 봄꽃 축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보다 이른날 만개한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벚꽃축제는 연일 내린 비 때문에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되고 말았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봄꽃을 피우더니,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웠다. 그 봄비는 또 죽은 추위까지 깨웠다. 초여름인가 싶더니 겨울 코트까지 다시 불러내기도 했다. 쌀쌀함과 따뜻함의 밀당이 유난했다. 봄비 한 번 지날 때마다 세상은 확연히 바뀌었다.

꽃은 매년 새로 피어나는 게 아니라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봄은 오라고 한 적이 없어도 기어코 오고만다. 죽은 땅에서 꽃을 피우는 봄의 권력을 그 누가 당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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