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텅뭉텅 토막낸 상어고기
육질이 담백하고 부드럽고 
감칠맛·고소한맛 일품

상온에 방치하면 암모니아 냄새
경상도 열악한 운반 환경 때문에
지역 결혼식·제사음식 사용 추정

항암·항콜레스트롤·항당뇨
고지혈증·피부미용에 효과

경상도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결혼식에는 반드시 ‘돔배기’를 올렸다. 울산에서도 잔치나 제사 등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돔배기를 올린다고 한다. 삽화 = 배호 화백

 

울산의 풍토는 모질기도 하여
백성들과 모든 것이 거칠기만 하네.

목숨은 조각배에 달려있는데
처자식은 동떨어진 바닷가에 살고 있네.

음습한 구름은 항상 해를 가리니
봄날 시냇물 따라 산 오르고 싶어지네.

한밤중에 들리는 소리는 그물 당기는 것이러니
모래무지는 어제 이미 돌아오지 않았던가?

此邦風土惡 民物亦多頑
性命扁舟內 妻兒絶島間
瘴雲常夾日 春水欲登山
夜語聞牽網 鯊魚昨已還

 

위의 시 ‘울산 고을(此邦)’에서 사어는 상어를 부르는 말로 노어·사어·교어 등으로 쓰였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일명 ‘돔배기’라고도 한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칼로 뭉텅뭉텅 자른 것으로 토막 낸 고기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돔배기는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 목적으로 즐겨 먹는 닭 가슴살과도 비슷하면서도 몸에 필요한 다른 영양소들이 훨씬 뛰어나다.  또한, 돔배기는 육질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한 맛이 있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의미하는 말로 돔발상어과에 속하여 돔배기라 불리어졌다는 설과 몸집이 큰 상어를 토막 내어 사용함으로 돔배기라 지칭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돔배기는 주로 대구 경북지방에서 불리어지고 있으나 충남에서는 피가리, 경남에서는 빈드미, 북한에서는 뿔상어로 불리어진다고 한다. 
 

홍세태의 초상.

 상어에는 홍어처럼 쉽게 분해돼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요소를 포함하는 질소화합물들을 함유하여 상온에 오래두게 되면 암모니아를 비롯한 냄새성분이 발생하며 심하면 식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냄새성분을 제거시킨 것은 오히려 식욕을 돋우며 독특한 풍미를 느끼게 함으로써 고급음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오늘날의 항암, 항콜레스테롤, 고지혈증, 항당뇨와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어 건강기능성 식품소재로 알려져 식품, 의약품 및 화장품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콘드로이틴황산, 스쿠알렌, DHA 및 콜라겐과 같은 성분들이 주로 상어로부터 얻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돔배기는 건강기능성 성분을 다양하게 내포하고 있는 ‘건강 기능 모듬 식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상도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결혼식에는 반드시 ‘돔배기’를 올렸다. 울산에서도 잔치나 제사 등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돔배기를 올린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도 정자에는 돔배기를 파는 유명한 집이 있는데 결혼과 같은 잔치가 있을 때에는 미리 주문을 해야 할 정도로 매우 인기가 있다. 아마도 ‘돔배기’ 고기는 지역에서 수요가 많았으며 지금까지 그 음식의 전통은 이어져 오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돔배기

상어고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지역으로는 안동, 영주, 영천, 봉화, 청송, 의성 등 경북 내륙지방이다. 이 지역에서는 상어고기를 돔배기, 돔배, 돔배고기 등으로 부르며 제상에 반드시 올려야 하는 음식으로 여긴다. 또 귀한 손님이 왔을 때도 이 음식을 낸다. 그런데 돔배기를 먹으면 암모니아 냄새가 코끝을 때린다. 사람들은 생선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것은 홍어밖에 없는 줄 안다. 하지만 돔배기는 홍어와 달리 살코기가 퍽퍽해 첫 입에는 결코 맛있다고 느낄 수 없다. 

 경북 내륙지방에서 상어고기가 주요 제사음식으로 쓰이게 된 것은 열악한 물류 사정 때문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는 경북 해안지방에서 내륙까지 해산물을 실어 나르려면 이틀은 꼬박 걸렸다.

그래서 제상에 올릴 수 있는 어물은 말리거나 소금에 절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 상어는 쉬 상하지 않아 해안과 내륙을 오가는 상인들에게 꽤 인기 있는 품목이었을 것이다. 상어가 쉽게 상하지 않는 이유는, 상어는 배설물을 피부로 배출하는데 오줌에 들어 있는 요소가 암모니아 발효를 일으켜 상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홍어가 발효되는 것과 똑같다. 

 무슨 일이든,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도 관심이 생기면 눈에 띄게 마련이다. 안동이나 진주의 헛 제삿밥이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찾아내고 새로운 요리법으로 발전시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돔배기는 상어 살코기와 껍질, 그리고 껍질로 만든 묵 세 가지가 있다. 돔배기는 조선간장에 찍어 먹는다. 살코기는 푹 삭힌 홍어찜 만큼 강렬한 향이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껍질은 향이 적다. 하지만 특유의 씁쓸한 맛이 침샘을 자극한다. 

 껍질묵은 버터 향이 살짝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이 묘한 느낌을 준다. 이 음식에는 막걸리가 딱 어울리는데 울산의 대표적인 막걸리인 ‘태화루’와 묵은 김치 이렇게 삼합을 이루어 일명 ‘김태돔’ 삼합을 만들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작은 상어는 뜨거운 물에 데치어 껍질을 벗겨 몸통을 가르면 큰 포가 된다고 한다. 이것을 전문적으로 일을 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그 대가로 창자 등을 가져갔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포를 말려서 반찬도 하고 국도 끊여 먹었다고 한다. 그럼으로 ‘김태돔’ 삼합에 말린 상어포로 우러 낸 육수로 만든 국을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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