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이웃 위한 먹거리 나눔 운동 ‘푸드 셰어링’
남구 달동서는 작년부터 ‘행복나눔냉장고'로 실천
적극 참여해 이웃에게 음식 나누는 행복 느껴보길

 

이문걸 남구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장

울산시 남구는 5개 구·군 중에서 교통·항만의 요충지이자 문화·금융·유통산업의 중심지이다. 그런데 울산 번영의 상징이기도 한 남구지만, 기초생활보장수급세대가 가장 많이(27%)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특히 달동에 남구 전체의 25%인 943세대 1,260명의 기초생활보장수급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처럼 저소득세대가 밀집돼 있는 달동에서 달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공동위원장 고승원·김종기)가 지난 2017년 6월 달동행정복지센터 입구에 ‘행복나눔냉장고’를 설치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불규칙한 식생활을 하는 저소득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나눔냉장고’는 독일에서 시작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먹거리 나눔 운동인 ‘푸드 셰어링’(Foods sharing)에서 착안해, 누구나 자발적으로 음식 또는 식료품을 기부하면 필요한 사람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이웃과 음식을 나눔으로써 이웃에게 행복을 전달하고 먹거리 걱정으로 인해 소외받는 주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달동행정복지센터 내에 설치됐다.  

푸드셰어링의 발단은 영화제작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발렌틴 투른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음식물쓰레기의 불편한 진실’(Taste the Waste·2011)이다. 이 영화는 엄청난 양의 멀쩡한 식료품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영화가 나온 다음해인 2012년, 투른 감독은 뜻이 맞는 이들과 의기투합해 ‘푸드셰어링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크라우딩펀드를 통해 400여명이 1만 유로 이상을 출자했다. 2012년 12월 정식으로 문을 연 웹사이트를 통해 독일은 물론이고 오스트리아, 스위스까지 식료품을 나눌 수 있다. 기존 푸드 셰어링은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나눠주는 먹거리 나눔을 뜻했으나 요즘에는 그 의미가 점차 확대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음식 공유운동’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재활용 분리배출 문제가 좋은 사례다. 환경부가 권고하는 재활용 분리배출 방법은 용기 안에 남은 음식물이나 내용물을 비우고, 페트병은 이물질을 제거한 뒤 씻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활용업체에서 수거해도 재활용이 어려운 것은 물론 소각하거나 매립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환경오염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한다. 스티로폼의 경우에도 음식물 찌꺼기를 물에 한 번 헹군 뒤 배출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니 음식물 쓰레기의 폐해가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멀쩡한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것은 더더욱 나쁜 일이다. 아직도 굶어죽는 사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달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행복나눔냉장고’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 마트, 편의점, 백화점, 식당, 제빵점 등 12개 업체들과 협약을 맺어 ‘행복나눔냉장고’에 항상 음식들이 가득 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건 매우 값지다. 이와 더불어 달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과 달동의 통장, 주민자치위원 등 봉사단체들도 ‘행복나눔냉장고’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니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한, 복지 대상자들에게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은 또 다른 행복이다.

울산에서 가장 먼저 생긴 ‘행복나눔냉장고’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총 150회(1,700여만원)가 채워졌다. 이용후기 메모장에는 “좋은 음식을 편안히 가져갈 수 있도록 마련해줘 감사하다”, “무료지만 채소나 야채가 신선해서 너무 좋다”등 감사의 글이 적혀있다. 

이처럼 나눔과 배려로 이웃에게 따뜻한 음식을 선물할 수 있는 ‘행복나눔냉장고’가 울산 남구 달동에서만 그치지 않고 나비효과처럼 울산 전 지역에 설치되어 진정한 ‘푸드 셰어링’(Foods sharing)이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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