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 나물 축제
네이버 검색란에 곤드레가 지천이다 연한 잎이 커서처럼 퍼진다
기차가 설 때마다 사람들이 쏟아진다
허기가 시장으로 몰려온다 잎의 시절에 걸터앉아 곤드레 나물을 비빈다 간장과 깨소금을 더해 입 위에 입들이 포개지는 봄,
푸성귀는 시간의 구석을 키운다
하루치의 잎사귀는 하루씩 꽃대를 올려
늦가을 곤드레 밭, 보랏빛 엉겅퀴 꽃이 사방에서 터진다
식물학자들은 비로소 고려 엉겅퀴라 한다 잎의 시절, 한 번도
짐작 못한 대전(帶電)이 꽃과 나를 관통 한다
엉겅퀴를 곤드레로 착란한 순간
온 몸이 감전된다
꽃의 계절을 싹둑
자른 죄
어떤 과오는
꽃으로 갚는다는 걸, 나는 몰랐다
◆ 詩이야기 : 어느 해 가을 정선 민둥산엘 갔다. 엉겅퀴와 비슷하나 사납지 않고 보라색도 숨이 잦아 단아함을 띠고 있는 꽃밭을 발견했다. 꽃 이름이 곤드레 나물이란다 맙소사! 강원도에 가면 장터마다 넘치던 그 흔한 나물이 보라색 꽃을 단 화초였다니…. 곤드레, 아니 고려 엉겅퀴는 내 무지와 무관심을 질타하듯 늦가을 저녁 한 방을 날렸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오래 들여다보지 않는다. 너와 네가 서로를 궁구하는 것, 따뜻한 시선을 오래 보내는 일이 절실하다. 무지와 무관심의 늪을 벗어날 때 만물은 윤이 날 것이다.
◆ 약력 : 고훈실 시인은 제주에서 나고 문학을 전공했다. 2010년 시문학 등단. 시집 『3과4』출간.『시를 위한 알레그로』. 시in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