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들의 공동시집 '다 시다' 표지 사진

대학이 ‘찾아가는 희망인문학’을 기치로 부산과 경남지역의 장애인들을 찾아가 시를 가르쳐 ‘공동시집을 가진 어엿한 시인’으로 만들어 화제다.

부경대학교 기장인문도시지원사업단(책임교수 채영희·국어국문학과)은 부산과 경남지역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시 창작 교육프로그램인 ‘시랑 놀기’를 운영해 ‘다! 詩다’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시를 쓴 주인공은 부산 기장군 정관읍에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부산직업능력개발원 소속 교육생인 강은진 씨 등 29명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이 ‘시인’들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12주 동안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씩 ‘시랑 놀기’ 강의실에서 난생 처음 시를 배워 시를 썼다. 박정민 씨는 ‘시선’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쑥덕쑥덕 속삭속삭 속상속상 그때마다 술 한 잔 먹고 싶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일반의 시선에 일침을 날린다. 또 신민준 씨의 시 ‘눈’은 “나는 사람들의 눈이 무섭소. 그 눈이 차가운 눈(雪) 같은 느낌이라오”라면서 독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방현주 씨는 시 ‘방현주에게’에서 “현주야 세상이 무섭니 무슨 죄 있어 남들 다 걷는 걸음도 못 걷니 그래도 말은 잘 할 수 있잖니 하늘은 네 아픔 알지 않겠니 다음 생에는 하늘 나는 새가 되어 저 하늘 맘껏 날아다니자”며 장애인으로 사는 고통과 희망을 읊었다. 김영민 씨는 ‘지렁이’에서 “밟지 마세요. 꿈틀, 지렁이도 슬퍼요. 나도 친구들이 있어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요”라고 세상을 향해 외친다.

이들의 감동적인 시는 시화전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기장군청 로비(10일~17일)에서 시작된 시화전은 정관도서관(18일~27일), 부산직업능력개발원(28일~6월 4일) 등 3곳에서 열린다.

‘시랑 놀기’ 강의를 진행한 김순아 강사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시를 어려워했지만 내면의 목소리를 시로 표현하면서 당당해지는 마음을 느꼈다”면서 “시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과 남, 자연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편 부경대 기장인문도시지원사업단은 지난 2016년 7월부터 인문학으로 기장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다양한 강좌와 체험활동, 축제 등 인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받아왔다.

부산 /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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