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균형 중시하는 ‘워라밸’
중앙·지방 ‘가족친화제도’ 추진
울산지역 내 관련기업 단 35곳
시민·지자체 등 많은 노력 필요

 

권안나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원

평소 괴나리봇짐을 메고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취미였으나,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는 마음을 먹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평일에는 야근하는 근로자, 주말에는 평일에 못 다한 집안일,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주일 내내 쉼 없이 지내다 보니 번 아웃 되기 직전이었다. 이에, 큰마음을 먹고 직장생활 5년 만에 오롯이 나를 위한 취미로 울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행을 다녀왔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 동안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돈 것은 ‘아버지의 삶’이었다.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평일에는 야근과 잦은 회식, 주말에는 녹초가 되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단 늘 지쳐 주무시고 계셨다.
 ‘난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일만 하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하였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아버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과거에는 가정보다는 직장에서의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지만, 요즘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의 가치관을 많은 이들이 추구하고 있으나 현실과의 괴리감은 꽤 적지 않다.

이에,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직장문화 및 사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7년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워라밸 정책 중 하나인 ‘가족친화제도’ 확산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여 년 전의 아버지와 2018년 현재 나의 삶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과연 이것이 개인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있을까?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울산만 보더라도, 여성가족부에서 워라밸 문화를 확산코자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 또는 공공기관에 대해 ‘가족친화인증’을 하고 있으나 울산은 가족친화인증기업이 단 35개소로 전국의 1.2%(2017년 기준)로 최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울산지역 사업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가족친화제도에 대해 들어본 경험’을 질문한 결과, ‘들어 본적이 없다’가 63.9%, ‘들어 본적 있으나 잘 모르겠다’가 21.3%로 인지 여부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처럼 워라밸 관련 제도는 정비돼 있으나, 인지여부가 여전히 낮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의 중요성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워라밸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단지 ‘제도’만 있어서는 불가하다.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평소 워라밸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도, 아이디어 등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가져야만 변화가 가능하다.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이 야쉼(야근없는 회사, 쉼 있는 저녁)찬 꿈을, 내가 살고 있는 울산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나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비록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울산시민의 워라밸 확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야근없는 회사, 쉼 있는 저녁’이라는 슬로건으로 아이디어 및 사례 공모전을 실시(오는 6월 22일까지 진행, www.uwfdi.re.kr)하는 등 나의 일터에서부터 그 노력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 노력은 나뿐만 아니라 울산시민, 지자체 등 많은 이들의 관심이 더해졌을 때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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