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술적 값으로 결론 내릴 수 없는
개개인 마다 가진 자신만의 관점
관대한 묵인•결과적 경험 인정을

이규원시인

통섭이란 말은 영국의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의 저서 ‘귀납적 과학의 철학’에 나오는 말로 그는 여기서 설명의 공통부분을 만들기 위해 그 분야의 중심을 통과하는 사실에 기반을 둔 이론의 연결로 지식을 통합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는 수치를 대입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고 그렇다고 상대를 존중한다고 해서 공통적 결과로 엔딩을 맞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해석과 검증 등의 총론적 이론들은 차치하고 간접적 경험의 근거에 의해 비등점처럼 뜨겁게 매겨져 날아가 버리는 산술 값 보다는 오히려 관대한 묵인과 결과적 경험에 대한 인정이야말로 공간을 유영하며 유연하게 출구를 찾게 되는 즉, 직관보다는 섭리적관점이 통섭의 의미에 부합하는 게 아닌가 하는데 동의가 가능해보인다.

필자의 아들은 대학 졸업 이후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고 응시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1개월간의 유럽여행을 떠났다. 물론, 최종합격 후의 약속이었지만 면접시험 또한 무난했다고 했고 또 설마 하는 생각은 하지말자고 은연중 합의한 탓도 있었지만 기대이상이라는 결과에 충분히 흥분하고 있었기에 쉽게 허락했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갈 무렵 최종불합격소식을 접했고 아들은 그 충격의 여파로 2개월을 더 여행지에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아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위로도하고 충고도하며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조금씩 변화해가는 아들의 생각을 읽어내며 내심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예상대로 아들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친친 동여맸던 말들을 풀어놓았다. 조만간 한국을 떠날 것이며 현지에서 직장도 구하고 여행도 하며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살아보겠다고 했다. 충고도 하고 설득도 해봤지만 젊음과 도전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경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아들을 이기기엔 결코 쉽지 않았다.

필자의 생각엔 아들이 시험낙방에 의한 절망적 선택이기 보다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에 동화된 즉흥적 선택의 의미가 더 강해보였기 때문에 필자는 필자대로 현실에서 이루고 있었던 교집합을 벗어난 데서 오는 결과는 오히려 참담하거나 사소할 수도 있다는 결과에 대한 값을 아들에게 주입하고 있었고 아들은 이미 자기결정을 장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보다 오히려 필자가 아들보다 더 공무원시험에 대한 미련이 컸고 한 번 더 도전하길 바랐기 때문에 애초부터 통섭에 대한 접근이 막혔을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필자의 아들처럼 몇 개월간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돈으로 몇 개월간의 해외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취업도 노, 결혼도 노, 누구를 위해 살기 보다는 나를 위해, 좀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넓은 세상은 자신의 가치관과 삶을 넓혀주고 더 윤택하게 해 줄 것이란 직관에 의지한 채 시작을 했지만 결국 자신을 철저히 내버려 두거나 자의로 버리기 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필자의 아들 경우도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개인적 가치관이 많은 부분에 있어 관여했을 것이다. 예컨대, 그들은 자신이 살아온 날만큼의 경험이나 지식을 통해 주장했을 것이고 그 주장은 현실을 벗어난, 내재돼 있던 이상추구에 대한 동경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고 예측해보면 얘기가 더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필자는 또 필자대로 자기만의 관점으로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결과 치를 들이민 채 귀를 틀어막고 아는 체만 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에 접근하게 됐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필자나 아들이나 조금씩 생각을 넓혀가며 현실보다는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주장을 통섭하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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