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에요' 한장면. 
▲ 연극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에요' 출연진 단체사진(위 왼쪽부터 박혜림, 심현기, 이승재, 김희 아래 왼쪽부터 김준목, 황원준 학생)
▲ 연극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에요' 공연 포스터.
▲ 연극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에요’가 끝난 후 연극 참가자들의 단체촬영 모습.
▲ 'NEST'는 2016년 울산시가 후원한 사운드 이미지연극<반구대>에 참여하기도 했다.

학력지상주의가 팽배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산다면 누구나 부러워 할 ‘공부 잘해서 예쁜 학생’들이 있다. 그런데 연극도 잘 만들고, 마음까지 따뜻하다면 이건 정말 공평하지 못한 일이 아닌가. ‘장애인들과 그 가족의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는’ 연극을 만든 유니스트 연극동아리 ‘NEST’소속 학생들 이야기다.

◆‘'육체가 아픈게 아니라 다행이예요'

“우리 민호가 (육체가) 아픈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아들, 민호가 의사로부터 ‘자폐’진단을 받는 순간, 어머니가 던진 말이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에요’를 연출한 우승옥 학생(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은 이 대사야말로 이번 연극을 만든 이유와 장애아(자폐아)를 키우는 부모님의 마음을 가장 잘 담은 대사라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Never Ending STory)’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UNIST의 유일한 연극동아리, NEST!

‘무대 위에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아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09년 UNIST 개교 때부터 만들어진 이 동아리는 이름처럼 꾸준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1년에 네 차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공연을 열며, 다른 무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다가 올해는 직접 만든 작품이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영원한 이야기’로 남기를 바래서 장애인인식 개선 연극을 만들었다. 그 뒤에는 사회복지법인 어울림복지재단의 제안과 메세나 지원에 적극 나서는 BNK경남은행이 함께했다.

“사회공헌과 관련한 주제이다 보니 처음 제안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을 했죠. 아시다시피 유니스트는 울산시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다 동아리를 외부에 알릴 수 있어 위상도 높일 수 있는 기회라 여겼거든요”(연출 우승옥)

그러나 ‘NEST’는 막상 ‘수락’을 하고 난 뒤 어려움을 겪었다. 예상과 달리 장애와 관련한 극을 찾기 힘들어 참고할 자료가 부족했고, 학생이라는 신분인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힘들게 시작했지만 일단 시작한 만큼 열심히 준비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실력 있다고 소문난 졸업생에게 시나리오도 부탁했다고.

◆작품완성도 위해 장애시설 봉사활동·교육도

지난해 11월 ‘결의’된 연극은 올 초 시나리오가 완성됐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리 학생들은 3월부터 꾸준히 연습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어울림복지재단을 통해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장애 인식 교육을 받으며 완성도 높은 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연극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장애인이 아니다 보니 캐릭터의 특징이나 사실성을 담아내기가 힘들었다. 함께 모여 다큐, 영화 등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며,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하나하나 배워가야 했다고.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은 미디어 속에서 장애인들 특히 자폐아들의 이미지가 많이 왜곡되고 희화화 됐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그래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NEST’가 무대에 올린 장애인 인식연극의 제목은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에요’.

제목에서의 두 아들은 자폐를 앓는 아이 ‘민호’와 그리고 치매를 겪는 아버지로, ‘민호’와 함께 살아가는 한 가족이 겪는 어려움과 갈등이 극의 축이 돼 감동과 공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품은 지난 5월16일~17일 양 일간 유니스트 학교 내에서, 이어 23일에는 울산 북구 호계고등학교에서 선보였다.

공연 후 유니스트와 호계고 학생들에게서 “평소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그러나 꼭 관심이 필요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소재로 풀어줘서 고맙다”, “민호엄마의 시점을 따라 가다보니 자폐아동의 둔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장애 편견 없애는 ‘영원한 이야기’로

‘NEST’는 회장 김 희 학생(경영학부)을 주축으로 100여명의 부원들이 모여 있다. 이중 주도적으로 활동을 하는 학생은 30~40명 정도. 그동안 연극 <옥탑방고양이>, <보잉보잉>, <누구세요>, <어바웃 타임>, <발칙한 로맨스>, <행오버>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의 작품들을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정기공연 외에도 이번과 같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외부 공연에도 참여한다. 더 넓은 곳으로 나가 ‘NEST’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 연극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서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4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연극 부문에 참가해 상을 받았고, 지난 2014년에 울주군 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자살 방지’를 주제로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선보였으며, 2016년에는 울산시가 주최한 사운드 이미지 연극 <반구대>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연극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번 작품이 지적장애인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회에 만연한 오해들을 바로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NEST’회장이자, 극중 어머니역을 맡은 김희 학생(경영학부)은 “연습을 하면서 장애아동에 대한 오해나 희화화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관객들이 이번 연극을 통해 장애인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NEST’는 교내 연극으로 거둔 수익의 일부를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며, 어울림복지재단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추가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었어요. 우리가 만든 이번 연극이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영원한 이야기’로 남기를 바랍니다” 글=고은정, 사진=NE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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