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미 탐사보도부 기자

울산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수년 동안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지역 사회는 술렁였다. 임산부들과 그 가족들은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그 산부인과가 어딘지, ‘안 실장’이라는 간호조무사의 존재를 궁금해 했다. 그것은 호기심이 아니라 불안감이었다. ‘안 실장’은 그저 한 사람이 아니라, 병원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위협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 조사까지 이 산부인과 의사의 절반 이상인 4명이 의료 윤리를 저버리고 ‘안 실장’이라는 간호조무사에게 수술대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 이후 중구보건소에는 해당 산부인과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수화기를 든 부모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공포, 더 나아가 보건당국이 어떠한 조치라도 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중구보건소 담당 공무원에게 그 전화는 그저 ‘귀찮은 잡일’이었던 것 같다. 후속 취재를 하는 기자에게 그는 노골적으로 추가 보도를 자제해달라 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수사하는 데도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를 계속 보도하는 데 우려를 드러냈다. 해당 산부인과 관계자도 아닌 공무원의 태도는 당혹스러웠다. 그가 밝힌 이유는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는 것이었다.

사건 설명을 들은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어떻게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할 수 있죠?”라고 되물으며 보였던 반응과는 사뭇 대조됐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전화 폭탄에 시달리지 않았고, 원칙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고 억울하다는 호소를 할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의미 없이 했을지도 모를 그 공무원의 말 한마디는 지역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민낯과 마주하게 한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든, 의료계의 불법이 만연해있든, 이번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든…. 관료주의와 보신주의를 직접 목격한 것 같아 불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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