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적 형태와 기능이 공존하는 디자인
그것을 적절히 구현하는 역할 디자이너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의 조화 이뤄내
이충호울산대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교수
  

디자인에는 형태와 기능이 존재하며, 이 둘 사이에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 이 둘 중 특히 형태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선택하는데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미적인 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디자이너는 아직까지 본적이 없을 정도로, 디자이너는 본능적으로 형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반응한다. 시각적 표현에 대한 디자이너의 욕망은 커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신선한 아이디어에 담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생각을 표현이라는 실천에 의해 구현해야 한다.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과 이를 실제로 행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서 아무리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도 시각적으로 구체화할 수 없으면, 생각이 있어도 표현할 수는 없다. 많은 지식이 사물과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등 디자인 과정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이것이 디자인을 잘 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각을 시각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 즉, 사고를 일정한 형태에 담아 표현할 수 있어야 디자인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시각적 표현을 위해 정교한 생각을 바탕으로 주어진 내용을 형태로 나타내게 되는데, 이때 디자이너의 미적 감각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가끔은 이를 너무 중요시하여 시각적 표현에만 집중한 나머지 형태와 기능의 관계를 잊어버려 힘들어하는 디자이너를 보기도 하는데, 이처럼 표현은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표현 방식은 디자이너의 내재된 본질에 경험과 훈련 등이 더해져서 나온다. 디자이너의 작품에서 일정한 형식이 지속적으로 보여지면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터득했다고 할 수 있다. 뛰어난 디자이너일수록 고유의 표현 방식을 갖고 있는데, 이를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스타일은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오랜 기간의 노력이 요구되며, 이러한 스타일은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이나 질투를 느끼게 하기도 하고, 좌절을 안겨주기도 한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남들과 다른 시각 언어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디자이너마다 생각도, 표현도 다르게 하길 원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게 되며, 서로 다른 스타일은 저마다의 심미적 차이를 갖고 있어서 디자인을 보는 재미를 준다. 또한 스타일은 디자이너 개인의 표현 방식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일정한 양식을 여러 디자이너들이 함께 사용하면서 한 시대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스타일은 같은 목표를 다른 결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요소들의 관계를 통해 일정한 조화를 만들고자하는 의도를 성격이 다른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예로 한 공간의 의자나 테이블을 같은 양식으로 갖춰 모든 것이 일관되게 구성돼 보기 좋은 인상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하기위해 의자와 테이블들을 모두 다른 방식으로 구성해 앞서 언급한 것과는 다른 면에서 좋은 인상을 만들 수도 있다. 두 스타일은 형식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어서 심미적인 분위기는 다르지만 조화라는 목표를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디자이너의 스타일은 아름다움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각 요소들의 일정한 체계를 만든다. 스타일에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외형적 형태에서 느끼는 근사함 말고도 미학과 함께 디자이너의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이 담겨있다. 디자인을 개인적인 취향에서 보기 전에 그 의도를 살펴보면, 일정한 기능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과 심미적 안목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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