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해양사업부의 가동중단 공식화 소식에 수천여명의 노동자와 울산 동구는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회사가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며 ‘대변화’를 예고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지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회사 “대규모 유휴인력… 고정비 줄여 가격 경쟁력 높여야”= 현대중공업은 해양야드 가동중단 계획을 밝히면서 조직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담화문에서 강환구 대표이사는 “해양야드 가동이 중단되면 수주 지원조직만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기타 조직들은 통폐합 절차를 밟게 된다”고 밝혔다. “가까운 시일 안에 새로운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착공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려 일감 공백은 피할 수 없다”면서 유휴인력 문제를 강조했다.

회사의 문제 인식은 ‘고정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강 대표이사는 “더 큰 문제는 지금 우리의 고정비로는 발주물량이 나와도 수주를 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고, 이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며 “고정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 말고는 1/3 수준의 인건비로 공격해오는 중국, 싱가포르 업체를 이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유휴인력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맥락이다. ‘무척 힘든 시간’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조직개편과 함께 무급 휴직이나 추가적인 인원 감축설이 나돌고 있다.

# 일손 놓는 5천여명 노동자들 어쩌나…= 당장 8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면 최소한의 지원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아야 한다. 현재 해양사업부에는 정규직 2,600여명, 사내협력업체 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인력 문제를 둘러싼 노사의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휴인력 문제를 두고 교육과 순환 휴업 등을 벌여온 회사는 공장 가동중단에 대비해 여러 방안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급 휴직도 그 중 하나다. 이번 발표에 대해서도 노조는 “고용안정과 해양사업 일감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종합적인 논의도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조선 분야로의 전환배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는 조선 분야 또한 일감이 넉넉지 않다는 사정을 들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해양사업부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최근 몇년 사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해양사업이 호황이던 2013년과 2014년 2만명을 훌쩍 넘었던 노동자는 최근 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건설 플랜트를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한 협력업체 노동자는 “건설 플랜트 쪽도 사정이 좋지 않아서 일자리를 찾는 게 어렵다”며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지역 경기침체 우려… “고용유지 최선”요구= 해양사업부의 가동중단이 예고되자 지역사회는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여간 구조조정 등으로 인구가 감소한 동구 일대는 이미 부동산이나 상권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중구나 남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시세에도 세입자를 찾기 어렵고, 음식점 등 빈 가게도 속출하고 있다.

동구청은 입장문을 내고 “지역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용유지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현대중공업에 호소했다. 동구청은 “정부가 지난 4월과 5월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한 만큼 회사가 유휴인력에 대한 전사적인 조직 통폐합을 단행하기에 앞서 정부의 지원책을 최대한 활용해 고용유지에 먼저 나서달라”며 “동구가 조선업 불황으로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협조해 지금의 위기만 잘 넘기기를 지역 주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구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희망근로와 희망일자리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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