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지대계’로 한 국가의 기반
정치적 이념 실현의 도구로 삼아선 안돼
진보·보수 나누지 말고 사랑으로 가꿔야

 

우덕상 울산음악치료교육연구회장‧동대초 교장

2010년 선거에서 6명, 2014년에는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 지난 6·13선거에서는 전국에서 대구·경북·대전을 제외한 14명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유권자들이 얼마나 진보교육을 뜨겁게 갈망하는지가 증명된 셈이다. ‘진보교육감’하면 혁신학교, 교육양극화, 무상의무교육, 청렴교직사회 등이 떠오른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진보교육감으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입시경쟁 교육 해소,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 교육복지와 학생 안전 강화 등의 공약을 발표했고 앞으로 약속한 공약들이 어떻게 실천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입시생을 두고 있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입시경쟁 교육 해소’다.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이 공약 실천으로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나섰다가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해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83%를 웃돌고 있지만 유독 교육정책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촛불시민들이 열망하는 교육개혁을 김상곤 교육부총리마저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겨 시간만 끌고 있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진보교육감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한 사람이나 정권에 의해 변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교육정책 및 제도의 수립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이나 행정은 근시안적이고, 개편이 잦은 형태로 일관돼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교육은 진리와 이상을 추구하는데 비해, 정치는 주어진 진리를 실현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면에서 교육과 정치는 차원이 서로 다르다.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없고 정치에 예속돼서도 안 된다. 교육이 정상화돼야 개인의 삶과 민족의 삶이 바로 서게 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치를 지향하는 교육자들이 교육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 실현의 도구로 삼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오직 교육을 맡은 학교와 교육을 책임진 자들에게 맡기고 정치인들은 이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교육이 교육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교원들이 제대로 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준비와 실천이 있어야 하고 교육부나 교육청의 아낌없는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과정의 주된 목적은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것이다. 흔히 교육과정의 목적을 시민의식, 평등한 교육기회, 직업, 자아실현, 비판적 사고라고 여긴다. 이것이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부와 교육청이 하나가 돼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젠가부터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가 정치권에서부터 시작하여 교육계에도 진보 성향, 보수 성향이라는 용어로 자주 쓰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진보는 개혁, 실험 등을 바탕으로 변화를 추구한다는 논리이며 보수 역시 변화를 추구하되 진보에 비해 온건한 편이라 진보 쪽 변화의 폭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진보교육은 보통 현재 교육의 틀에 문제가 있으므로 크게 바꾸길 원한다. 이를테면 현행 교육체계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해석이 가능한 수능에 대한 대격변을 원한다든지, 자사고나 외고의 폐지 혹은 평준화를 지향하는 방향을 많이 보여주는 쪽이 진보교육이며 보수교육은 그 반대로 현행 체계를 크게 건드릴 생각이 없는 편이다. 

따라서 보수교육은 변화를 싫어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진보교육은 발전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선입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가치로서의 보수교육은 현상 유지를 하거나,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진보교육은 기존 정치·경제·사회 체제에 대항하면서 변혁을 통해 새롭게 바꾸려는 성향이나 태도를 보여준다. 교육은 보수교육이나 진보교육 모두를 지침으로 삼아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교육이 진보 교육, 보수 교육으로 나뉘고, 교육감이 진보 교육감, 보수 교육감으로 나뉘며 교사들까지 진보 교사, 보수 교사로 나뉘는 현실은 빨리 사라져야 한다. 교육에는 오직 사랑과 열정의 가르침과 배움이 있을 뿐이다. 진보·보수 정치논리보다 백년지대계의 꿈의 논리로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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