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사태 매우 엄중' 메시지…'판단미스' 宋국방에 경고음 해석도
뭉개기·국방부 오락가락 해명 논란 속 철저한 진상조사 '채찍질'
靑 "특별수사단 독립적 수사"…일각선 '靑 수사 영향 가능성' 제기

기무사 수사하라' 특별지시한 문재인 대통령 (뉴델리=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현지시간) 뉴델리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와 군 내에서 오간 모든 문건을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사태의 진상조사를 위한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공식 수사활동에 착수한 당일에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관련 문건 일체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지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군 수사를 지시한 지 불과 6일 만에 관련 문건을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한 것은 이번 사안에 대한 처리 방식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논란을 증폭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해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시에서 "국방부의 특별수사단에서 엄정하게 수사하겠지만, 이와 별도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됐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는 우선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이번 일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가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문건을 두고 "비상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계획을 검토한 것"이라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주장처럼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야권의 얘기처럼) 주장하는 분도 있고, 내란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분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실제 어느 정도까지 실행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해 봐야 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공식 수사활동에 돌입한 만큼 수사단에 더욱 엄정한 수사를 강조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일종의 '채찍질'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송 장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송 장관은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4개월 전인 지난 3월 16일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았으나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자체 판단해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 지시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뭉개기' 논란을 야기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1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서를 제출해야 할 기관은 ‘계엄령 문건’에 나와 있는 기관들로 국방부, 기무사,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 등과 그 예하부대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송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4월 말 회의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기무사 개혁방안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문건의 존재 등을 언급했지만 논의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4월 30일 회의에서 기무사 개혁 관련 내용이 논의됐지만, 계엄령 검토 문건 관련 질의나 토의는 없었다"며 "국방부 장관 입장에서는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볼 수 있지만, 청와대 참모들로서는 국방부 장관이 생각하는 만큼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장관은 그날 해당 문건을 참석자들에게 배포하지 않았고, 그날 토론 주제가 기무사의 전반적 개혁에 관한 것이어서 참석자들이 그 문제에 주의를 기울일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결국 송 장관의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주무 장관으로서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부실하게 설명하고 해당 문건을 제출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판단 착오를 넘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소지도 없지 않다.

이에 더해 문건에 대한 외부 법리검토를 맡겼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 해명도 국방부의 신뢰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개각논의와 맞물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사항이 송 장관의 거취로까지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대두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오늘 지시사항에 현직 장관에 대한 메시지도 들어가 있나'라는 질문에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오늘 제출하라는 것은 과거 정부의 국방부, 과거 정부의 기무사 문건"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4월 30일 회의에서 송 장관의 설명을 청와대 참모진이 다르게 이해했다는 것인데 이는 문건의 중요성에 대해 송 장관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언론인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문건 제출을 지시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특별수사단의 향후 수사 과정에 청와대가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문건 제출은 특별수사단 수사와 별개로, 수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특별수사단의 자율성·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문건 검토 결과에 따라 청와대의 추가 조사가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고, 아울러 조사 결과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 경우 군 특별수사단으로서는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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