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환경위기시계 현재 9시 33분…한국은 멸망 직전
수돗물 발암물질·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등 재앙 이미 닥쳐
지구 환경 보호 위한 불편함 감수는 우리의 당연한 윤리

 

허성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환경재단은 일본의 환경단체인 아사히그라스 재단과 함께 1992년부터 매년 환경 위기 시각을 알리고 있다. 

지구 환경의 악화 정도를 나타내는 환경 위기 시계는 세계 90여 나라의 정부, 지방 자치 단체, 기업, NGO, 학계 등의 환경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알아내고 있다.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최후의 시각, 즉 인류의 멸망 시각을 12시로 기준을 둔다면, 현재 인류의 환경 시계는 9시 33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 연구가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환경 시계는 12시 5분전이다. 멸망 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최근 대구에서 수돗물에 발암 물질이 발견돼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대구의 식수원이 되는 낙동강은 예전에도 오염 논란이 크게 일었었는데, 여전히 문제를 노출시킨 것이다. 이 소동으로 대형 마트에서는 생수가 바닥이 나고 생수를 구입하지 못한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렸다. 하지만 최근 한 방송사의 보도에 의하면 수돗물을 비롯한 거의 모든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한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지구다. 

몇 달 전엔 중국발 폐플라스틱, 폐비닐 대란이 일어났다. 중국의 재활용폐기물 수입금지로 인해 전 세계에서 1억1,000만t이 넘는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가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한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비교적 소득이 높은 유럽, 북미,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세계 쓰레기 수출량의 약 85%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동안 자국 내에서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중국에 떠넘기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플라스틱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 재앙을 자처하게 됐다. 

이제 더 이상 환경 문제를 놓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선 곤란하다. 그 심각성을 알리는 알람을 울리고 있는데도 경각심을 깨닫지 못한다면 분명 머지 않는 미래에 커다란 재앙이 닥칠 것이다. 

최근 하와이에서는 2021년부터 자외선 차단제 사용 금지를 선언했다. 자외선 차단제의 특정 성분이 해양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옥시벤존과 옥태노세이트 성분이 들어간 차단제가 대상인데, 시중에 팔리는 제품 중 70%가 이 성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옥시벤존은 산호를 죽이고 어류의 내분비 교란을 일으킨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 키스 제도와 버진 아일랜드 등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차단제 성분 때문에 산호가 대량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곧 피서철이 다가오는 만큼 우리 역시 이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커피 기업 스타벅스는 빨대를 없앤다고 선언했다.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근절하자는 세계적인  분위기에 발맞춰  2020년까지 전세계 매장에서 약 10억개 이상의 빨대를 없앨 것이라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특별히 빨대가 필요한 음료는 종이나 분해 성분으로 만든 빨대를 연구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하니, 환경을 위한 기업의 노블래스 오블리주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가. 가정식 요리 하나만 구입해도 수십 개의 비닐이 쏟아진다. 작은 선물 하나에도 수 십개의 박스가 쏟아진다. 

이제는 상품의 외양을 돋보이게 하는 과대광고 보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정신이 필요할 때다. 또한 포장을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식의 생각보다 보기 좋은 포장이 환경을 훼손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건강한 삶과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불편함과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해야 할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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