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 프로세스로 구성된 리서치 디자인
다양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다루기 위해
정보의 객관성 바탕 비평적 관점서 제공

이충호울산대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교수

리서치는 현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로, 최근의 디자인 경향을 보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리서치가 강조되는 배경에는 디자인이 다뤄야할 문제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즉흥적인 아이디어에 의존해 디자인하기에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도 어느 때보다 빠르고 문제의 종류나 성격도 너무 많아서 이런 흐름을 이해하고 디자인을 하기 위해 리서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리서치는 디자인의 객관성을 확보해 디자이너의 생각과 표현이 논리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도와준다.
리서치가 중심에 놓인 디자인은 단순한 감상을 드러내기 보다는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내용을 나타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정보를 논리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디자인을 하기에 앞서 조사나 분석 등의 과정이 선행돼 내용과 형태에 일정한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한다.

리서치는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는데도 유용하게 사용돼 디자이너가 어떤 상황을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대하려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왜곡 등을 방지하여 좀 더 분명하게 내용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디자인과 관련된 내용을 평소 알고 있는 정도에 한정하지 않고 광범위하거나 집약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정보의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차별화 할 수 있다.

리서치가 주도하는 디자인은 보통 일련의 프로세스로 구성돼 있고, 프로세스의 각 단계는 디자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적인 역할이 포함돼 있다. 리서치를 위한 프로세스는 하나의 고정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이러한 이유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하나의 고정된 방식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의 맥락에 맞게 프로세스를 조정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세스의 각 단계가 서로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성격을 디자이너가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프로세스에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리서치 방법론이 개발돼야 한다.

디자인을 위한 리서치 방법론은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과 함께 조사, 분석을 통해 가공 또는 생산된 정보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어야 하고, 이것이 결과의 형태에 효과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보통 디자인이 다뤄야할 문제는 디자인 내부에서 벌이지는 것보다 외부가 더 많고, 하나의 상황보다는 여럿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경우도 많아서 디자인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분야 외에도 여러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고, 이들을 디자인 과정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메타헤이븐(Metaheaven)이나 카달로그트리(Catalogtree)같은 디자인 스튜디오는 정교하게 구성된 정보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형상화해 리서치가 디자인에 어떻게 역할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 둘은 문제의 안쪽 깊숙이 접근해 형성된 진지한 해석을 통해 가벼운 형식과 내용이 발 들일 틈을 허용하지 않으며, 정보의 차이뿐만 아니라 사고의 차이를 드러내는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다양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리서치는 디자인의 내용과 형태에 근거를 마련해 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돼 결과에서 보여지는 형식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일련이 과정에 의해 도출된 디자이너의 깊은 통찰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리서치는 정보의 객관성을 바탕으로 모든 시각적 요소의 이유와 디자인이 다뤄야할 다양한 현상을 비평적인 관점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견고한 배경을 제공하며 점점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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