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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칼럼] ‘첫눈…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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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8.08.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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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오면 놓아주겠다” 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사직의사를 밝혔을 때 비서실장이 시(詩)를 읊는 것 같은 수사(修辭)를 동원해 만류했다. 말이나 문장을 꾸며서 아름답게 하는 것이 수사(修辭)다.


청와대 대변인이 리비아 무장단체에 납치된 우리 국민에 대한 논평을 냈다. “납치된 첫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출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문재인)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마치 연극 대사 같은 논평이 이어졌다. “얼굴색은 거칠었고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다친 곳은 없어보여 참으로 다행”이라며 “사막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내던져진 지아비와 아버지를 보고 있을 가족들에게는 무슨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온갖 문학적 수사가 동원된 논평을 두고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납치 국민을 아직 구출하지 못했는데 화려한 표현을 강조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 같다’ 혹은 ‘좀 더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우리는 북남관계에서 당국보다 훨씬 앞서 현대와 첫사랑을 시작하였다”며 ‘첫사랑’이란 표현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 대남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8월 3일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의 방북 때 고 정몽헌 전회장 등 현대 일가와의 인연을 강조한 표현이다. ‘현대와 첫사랑을 시작하였다’는 2005년 7월 김정일 위원장이 고 정몽헌 전회장을 애도할 때 한 말의 인용이다.


북한이 이처럼 현 회장의 방북 당일 ‘첫사랑’이라는 수사를 동원해 현대그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를 드러낸 말장난이란 관측을 낳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월 31일 “자기 민족의 명산을 부감(높은 곳에서 경치를 내려다보는 것) 하는 데 외세의 제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며 정부를 향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했다. 비유도 은유도 문학적 표현도 다 좋다. 그렇다고 ‘첫사랑’ 운운은 ‘첫 눈이 오면…’처럼 부자연스러운 수사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요즘처럼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닌 문자 메시지가 대세인 의사소통시대에 부자연스러운 수사는 더욱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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