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대규모 감세카드 내놓은 정부
저소득층 직접 지원 소득분배 개선 취지
`상위 중산층’ 세 부담 확대로 재원 충당
계층간 소득불균형 완화 대책 우선돼야

 

이남우 울산과학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그동안 우리는 거둔 세금의 쓰임새에 대해서 너무 소홀히 했다고 생각된다. 가계의 경우에도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지출을 알뜰하게 하는 집의 살림이 더욱 윤택하고도 튼튼하다. 주변을 보아도 대기업의 중하위직에 근무하는데도 필자로서는 도저히 추종할 수 없는 호화생활을 하던 가정이 IMF자금지원사태를 맞으면서 실직상태가 되자 바로 가계가 파산지경이 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나라의 살림이라고 이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각종 폭력으로부터의 생명․신체와 재산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소외된 이웃을 돌봐달라고 우리는 세금을 내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10년 만에 대규모 감세카드를 내놓은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을 통해 소득 분배를 개선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서 나타난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 붕괴 등의 부작용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감세 정책의 재원은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주택임대소득세 확대 등 ‘상위 중산층’에 대한 세 부담 확대로 마련하기로 해 최상위 소득층에 국한됐던 ‘부자증세’의 범위가 점점 중산층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그대로 둔 채 세금 지원만으로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책의 핵심 수단으로 꼽는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려금은 세금으로 지출되며 2018년 166만 가구(1조2,000억원)에서 2019년부터 334만 가구(3조8,000억원)로 늘어난다. 저소득 가구의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자녀장려금은 자녀 1인당 20만원이 늘어나고 지급 대상도 확대해 111만 가구에 9,000억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올해 대비 근로장려금은 2조6,000억원, 자녀장려금 3,000억원이 늘어 내년 2조9,400억원, 향후 5년간 15조원 가까이 증가한다. 

반면 이러한 지출에 사용되는 세수는 대기업과 중산층과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 메운다. 지난해 세제 개편에서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최고세율을 동시에 인상한 데 이어, 올해는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해 연간 9,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다. 35만여명의 고가 1주택 또는 다주택 소유자, 토지 소유자들에 대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로 24만명이 740억원 가량의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3,000만원 이하의 예금이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줄여 고소득층, 중산층으로부터 약 1,700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가 악화되고 있어 언제까지 세수가 받쳐 줄지는 의문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이 소득분배 개선이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완화 등에 장기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세수가 부족해지면 다시 고소득층, 중산층을 겨냥한 ‘부자증세’ 조치가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이미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우리나라 국회는 2020년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여러 유혹이 있을 수 있고, 또 경기부양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지금의 정부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소득불균형의 완화일 것이며, 향후 정부는 “쓸 돈 많으면 지출도 줄여야 한다”는 원칙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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