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 ‘재미있는’ 홍보활동으로 젊은층 관심 모아
중구도 ‘울산큰애기’ 공간 운영·굿즈 개발·SNS 소통 활발
‘친절한 공급자’서 벗어나 시민과 소통하는 공공기관 될터  

박태완 울산광역시 중구청장

 

“옥수수 털어도 돼요?” 예능유행어나 민간기업의 광고카피가 아닌 어느 공공기관의 옥수수 이벤트 홍보문구이다. ‘공공기관의 이벤트 홍보인데, 저런 비속어 느낌의 문구를 사용해도 괜찮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벤트에 몇 만 명이 응모했고, 그 댓글을 뚫고 선정되기 위해 웃긴 댓글유머를 달면서 서로 소통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홍보 방식이 변해가고 있다. 기존의 홈페이지, 현수막, 브로슈어 등의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또 다른 매체로 확장돼가고 있다. 그 대상은 ‘모바일’로, SNS에 익숙한 젊은 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10~20대들은 정치뿐 아니라 지역의 소식과 정책에 기성세대 보다는 관심이 없다. 공공기관의 콘텐츠가 재미없게 느껴져 관심을 안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 전달자의 시각으로 ‘강제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느껴지는 것도 이유다. 공공서비스는 맞춤형 서비스가 돼야하며, 세대의 특성에 따라 홍보 전략을 분리해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가 관심이 없는 것이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유행(트렌드)에 맞춰 SNS홍보를 합니다”와 “재밌게 놀면서 홍보합니다”는 차이가 있다. ‘유행’이 시기적 한계가 있고, 순간을 반영하며 소비되고, 따라가게 되는 개념이라면, ‘재미’는 순간을 소비하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확장하는 개념이다. 지속적으로 놀이문화가 연계·확장되며 언어, 행동, 가치 등이 유기적으로 소통되기 때문이다.

충주시의 경우, 작년부터 단편적, 노골적인 표현으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빠른 피드백과 자유로운 소통으로 순 방문자 수 8,000 명 수준의 점잖은 SNS를 100만 명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B급감성의 그림과 문구, 무뚝뚝한 말투 등에서 젊은 층의 폭발적인 반응이 인상 깊다. 고양시는 이름에서 따온 캐릭터 ‘고양고양이’로 모든 대화 끝에 ‘~할 고양’을 붙이면서 유명해진 SNS홍보의 절대강자이다. 귀여움을 내세워 온·오프라인에서 고양시를 홍보하며, 엄청난 방문자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례와는 다르게 새로운 전략의 마케팅으로 접근하는 공공기관은 울산 중구이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캐릭터 ‘울산큰애기’는 기존의 지자체캐릭터라고 하기엔 까탈스러워 보이는 얼굴과 말괄량이 캐릭터로 표현됐다. 이 캐릭터는 지난해 9급 공무원으로 임명받아 국내최초 생계형 캐릭터라고 소개하는 점이 독특하다. 실제로 중구의 행사마다 찾아와 특유의 친근함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울산큰애기’는 오프라인에서 보여 지는 행동과 성격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그대로 묻어나서 일관된 캐릭터 성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귀여움과 수줍음, 특유의 재미있는 행동과 패러디한 센스 있는 문구 등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타 기관과 다른 장점은 ‘울산큰애기하우스’ 라는 쇼룸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캐릭터와 달리 성격이 드러나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은 관광안내소로 운영돼, 캐릭터 이미지와 공간기능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며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에서 공감한 내용을 큰애기하우스라는 오프라인 장소에서 이벤트를 이용한 현실적 만족감을 충족시켜 준다. 

중구의 홍보방법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울산큰애기 SNS서포터즈를 발족해 홍보의 수요자가 공급자의 지위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고 캐릭터가 민간에 제공돼 굿즈산업의 신호탄을 쐈다. 울산큰애기를 활용한 관광기념품은 관광안내소를 벗어나 영역이 확대되고 관내 면세점에도 입점돼 외국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러한 활동이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많은 공공기관이 공급자로서 정보를 친절하고 상세히 소개하기만 했다. 이젠 공공기관도 ‘재미’와 ‘놀이’에 동참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축제가 있으니 와서 즐겨주세요’보다는, ‘이 축제를 홍보하는 지금부터 이미 난 재미있는 중이야’라는 콘셉트가 젊은 수요자들에게 더 어필될 수도 있다. 진짜 재밌어 보이는 얼굴로 초대해 서로 소통하고 재밌어하는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면, 다음 소식이 궁금한 팬들이 생기지 않을까? 공공기관도 아이돌처럼 강력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울산 중구는 이미 꽤나 재미있고, 또 더 재미지게 진화하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