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제2의 월급’ 비판을 받아온 60억 원대 규모의 국회 특수활동비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뒤늦게 합의했다.

앞서 내놨던 ‘특활비를 유지하되 영수증 처리로 양성화’하는 방안이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전면 폐지로 방향을 튼 거다.

이로써 국회 말고도 거액의 특활비가 집행되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특활비 운영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13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주례회동에서 특활비 폐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특활비 문제에 여야 간 완전히 폐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특활비를 폐지해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의 일면을 걷어낼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활비는 개별 업무 특성에 따라 집행하되 다른 예산과 달리, 집행 때 영수증을 생략할 수 있어 그동안 ‘눈먼 돈’, ‘쌈짓돈’, ‘제2의 월급’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행대로라면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여야 원내대표 등에게 특활비가 지급되며 18명의 상임위원장에게는 매달 600만원씩의 특활비가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 예산안 편성에서 국회 특활비는 작년보다 약 19억원 줄어든 62억원 정도 책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난 8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영수증 처리에 방점이 찍힌 ‘특활비 양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일단 올해 특활비 예산 중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특활비는 폐지하고, 내년부터는 특활비를 업무추진비, 일반수용비, 기타운영비, 특수목적 경비로 전환해 양성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특활비 양성화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한데다,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 야당도 특활비 폐지 대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자 결국 이날 회동에서 특활비 폐지 방침을 확정하게 됐다.

다만, 여야 일각에서 국익 차원의 의회외교나 의원 연구모임 등 필수불가결하게 지급된 특활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만큼, 국회 차원의 제도개선 논의 과정에서 특활비 폐지 이후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도 “(특활비 폐지 합의는) 의정사에 남을 쾌거의 결단”이라며 “어떻게 완벽한 제도화로 마무리 지을지 국회 차원의 결정을 빠른 시간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특활비 제도는 교섭단체 차원에서 완전히 합의를 해놓고 구체적인 특활비 폐지에 따른 제도개선 방안은 국회의장에게 일임했다”며 “16일에 국회 차원의 특활비 제도 개선 방안이 국민들에게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활비 폐지 대신 업무추진비를 늘리는 것을 고려하느냐’는 물음엔 “어떤 경우든 특활비를 지급받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내놨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가정보원, 청와대, 검찰, 경찰 등 특활비를 주로 사용하는 기관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제도 개선을 이뤄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업무추진비를 다시 늘리자고 하는 것은 특활비는 없애지만, 특활비로 받아왔던 돈은 그대로 수령해가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며 “특활비가 어떤 부분에서 정당하게 사용됐는지 공개부터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회 특활비 폐지를 계기로 청와대를 포함해 특활비를 유지 중인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부 부처 및 국가 기관의 특활비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부처들의 경우 지난 10년간 특활비로 4조원 가까운 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사법부 역시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 관계자 등에게 특활비가 사실상 ‘수당’처럼 매달 꼬박꼬박 지급돼 온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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