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가 된 내부 모습.  
 
   
 
  ▲ 갈지 자 형태의 왜성같은 입구와 솟을대문.  
 
   
 
  ▲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에 방치돼 있는 고 송태관 별장.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에 있는 고 송태관 별장이 방치돼 있는 것을 두고 지역향토사학자들 간의 논쟁이 뜨겁다.

울산에서 흔하지 않는 일제 강점기 건축물인데다 역사가 담긴 만큼 보존해야한다는 입장과 친일파가 살던 일제의 잔재인 만큼 그냥 방치해도 된다는 엇갈린 주장이다.

송태관은 민속학자, 송석하(국립민속박물관 초대 관장)의 부친으로 일각에서는 친일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그는 학성공원을 만든 김홍조의 집에서 심부름을 하다 김홍조의 후원으로1899년 일본으로 유학해 일제 강점기 이토 히로부미의 통역관(비서)을 지냈다.

그의 별장은 1930년대 지어진 정면 5칸 측면 2칸의 건물로, 붉은 벽돌 계단을 지그재그로 쌓은 3층 건물이다.

건축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과 일본건축양식이 섞인 건물형태다.

현재는 현판이나 기문 등은 전혀 없고, 문창살이 부서지거나 문이 아예 사라졌으며 벽에는 곳곳에 낙서가 많이 돼 있을 정도로 방치돼 있다.

가천마을 이장에 따르면, 은진 송 씨의 재실로 불리지만 사람들은 찾지 않고 있고 '관리인'격으로 거주하던 주민은 몇해 전 세상을 떠났다.

언양읍지에는 구한말 고종 황제의 시종원부경(비서)을 지낸 송태관이 지은 별장 겸 재실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사)영남알프스학교의 이병길 교사(역사문화탐방교실)는 인근 답사에서 만난 송재관 별장의 현재 상태를 담은 사진을 최근 SNS에 올려 “사유재산이라 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건물은 갈수록 위태롭다. 울산에서 대한제국 말기의 100년 넘은 건물이 몇이나 있겠는가? 당시 별장 주인의 행적과는 별도로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하루빨리 손봐야겠다”며 “송태관의 아들, 민속학자 송석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있게 한 장본인이다. 이 건물을 울주군에서 매입해 송석하 기념관으로 만들면 좋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지역의 향토사학자와 인사들은 “가 본적이 있는데 독특한 건축물이었다. 울주군에서 보호해야 한다”, “중구 반구동에 있던 개량형 한옥의 송태관 집이 자수정동굴에 일부 옮겨졌으나 무허가로 철거됐다. 문화에 무지한 자들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면 좋을 듯하지만 친일파의 유산이라면 군에서 매입은 신중해야 할듯하다”, “대표적 친일파 아들은 그 돈으로 민속학자? 어려운 문제다”고 밝혔다.

SNS상의 의견대립에 대해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의 증손으로, 오래전부터 근대인물의 친일행각을 연구를 해온 박중훈씨는 “송태관은 일제강점기에 재정부에 근무하면서 제일선에서 경제 식민화에 앞장서, 우리나라 경제를 골병들인 원흉”이라면서 “별장에 살았던 인물이나 건축물의 가치로 볼 때 보존의 이유는 조금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울산생명의 숲 윤석 사무국장은 “어둡고 아픈 역사도 울산의 역사다. 흔적을 남겨두고 반성과 자각의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건물의 소유주는 송태관의 후손으로 현재 서울에 거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