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구 송정동 아파트 단지 신축 공사 등으로 인해 독립운동가 박상진의사 생가가 공사장 한 가운데 쓸쓸하게 자리 하고 있다. 임경훈 기자  
 

광복 73주년을 앞두고 누구보다 재조명되고 평가받아야 할 울산이 낳은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의 생가가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 속에서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송정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박상진 생가와 인접한 공사현장에는 대형 공사차량들이 먼지를 풀풀 일으키고 대규모 크레인이 자리 잡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13일 찾은 생가 주변은 대단위 택지지구로 변신 중이어서 생가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생가와 함께 예전의 정겨운 옛 농촌 마을의 정취를 풍기는 곳은 온데 간데 없었다.

도시개발사업과 함께 ‘박상진 의사 역사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파트 단지와 주택단지 조성 등 도시개발에 한 발짝 밀려 홀대 받는 듯 한 모습이다.

지난 6일 내린 비에 인근 공사장에서 쓸려온 토사가 생가 앞 배수로를 막고 주변 일대를 진흙탕으로 만들었는데, 이 때문에 생가 앞에 세워진 박상진 의사 동상의 발이 진흙탕에 묻혔다. 해마다 광복절에 열리는 추모제를 불과 일주일 가량 남겨둔 채 발생한 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주변공사를 진행하는 LH 측에서 추가로 배수로를 더 설치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사전에 방비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주변관리 소홀 등의 책임은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최근 박상진 의사의 국가서훈등급이 저평가 됐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재조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역사공원 조성은 여전히 더디고 생가를 찾는 길은 좁기만 하다.

오토벨리로가 개통됐으나 송정 인터체인지 공사가 한창이고 동해남부선 철도 이설공사로 호수공원 진입부도 어수선하기만 하다. 공항을 지나 박상진 의사 생가로 들어가는 좁은 옛길은 주변 아파트공사로 길 아닌 길이 된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토지계획변경과 개발계획 변경 등으로 당초 올해 연말에 준공 예정이었던 역사공원 조성사업은 내년 6월까지 연기 됐다.

지난 2016년 국가보훈처에서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사적지 가운데 88%가 훼손됐거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에 대한 보존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올해 광복절 추모제가 끝나면 본격적인 역사공원 조성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공사 과정에서 생가에 훼손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울산시청에서는 장애인회장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단 총사령까지 지낸 박상진 의사에 대해 울산시민들은 너무나도 무관심했다”며 “시민들이 전 국민의 뜻을 모아 박상진 의사를 재조명하는 일에 힘써야 하며 청원 운동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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