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 명의 사망자를 낸 7월 25일 그리스 아테네 북동부 마티 산불지역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생명이 있었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집터에 남아있던 벽돌 오븐 속에서 푸들 잡종개 한마리가 발견됐다. 불길이 치솟자 오븐에 몸을 피해 살아남은 이 개는 ‘오븐 독’이란 별명으로 그리스 사람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안겨줬다.

일본사람들은 ‘복날(도요노우시노히)’ 장어를 먹는다. 올여름 연일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일본 열도에서는 장어가 자취를 감추자 복날 장어구이 한마리에 2,980엔(약 3만원)까지 값이 뛰었다.

초복·중복·말복의 ‘복’은 ‘伏’으로 쓴다. ‘엎드릴 복’이다. 복날의 ‘복’자가 사람(人)이 개(犬)를 잡아먹는 날이어서 그렇게 쓰게 됐다는 설이 있으나 낭설이다. 伏의 犬은 개가 아니라 둘레의 가장자리를 말한다. 사람의 움직임이 끝언저리까지 몰렸다는 뜻이다.

농경 민족에게 뜨거운 여름은 기력이 쇠하는 계절이었다. ‘동국세시기’에서도 전하고 있듯 우리 조상들은 한여름인 복날 개를 잡아먹었다. 소나 돼지는 부담스러웠고 닭은 성이 차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에서 개를 가장 많이 먹는 민족은 멕시코인이다. 황야와 산악지대이니 먹을만한 큰 동물이 없다. 가축이라고는 개와 칠면조 뿐이었다. 불볕더위 속에서 단백질 보충은 개고기 밖에 없었다.

개를 먹는 것으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 폴리네시아인이다. 태평양의 타이티인, 하와이인, 그리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의 공통된 식문화는 개를 즐겨 먹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물고기는 흔했지만 가축이 없었고 사냥할 동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가축에서 개가 빠질 수 있도록 축산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보신탕 등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축하는게 법적으로 금지될 수 있다.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인데 잡아먹는 것을 막아주세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동안 국민청원 가운데 올라온 1,057건의 내용이다. 말복(末伏·8월 16일)을 앞두고 보신탕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반려동물 1,000만 시대, 복날은 오히려 견공(犬公)들이 닭죽 등 보양식 먹고 호강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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