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상승․고용창출 동시 달성 추진
최저임금 높으면 고용창출 어려워
두 마리 토끼 잡으려고 하기 보단
분명한 한마리 붙잡는 데 총력을

박남기울산발전연구원 전문위원

1982년 11월, 네덜란드의 바세나르에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협약이 타결된다. 소위 바세나르 협약(Wassenaar Agreement)으로 불리는 이 협약은 노사정(勞使政)이 모두 협력해 이룬 대표적인 협약으로 현재까지도 노동시장 개혁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노조측면에서의 임금 동결, 기업측면에서의 노동시간 단축 및 고용 확대, 정부측면에서의 세제 지원 및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으로 요약된다.
당시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라 불리는 경제위기 상태에 직면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병이란 자원기반으로 이룩한 가파른 경제성장이 물가 및 임금 상승을 동반해 결국 제조업 경쟁력이 상실되는 상황을 말한다.

1980년대에 네덜란드는 평균 실업률이 12% 수준에 이르렀으며, 청년실업률은 30%에 달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연 5~15% 수준의 임금 인상을 계속 주장했고, 기업은 신규고용을 기피하는 등으로 대응하면서 노동시장의 갈등은 깊어져 갔다. 한편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정부는 과도한 복지지출로 극심한 재정적자에 처했다. 따라서 시장경제의 위기를 지원할만한 재정적인 여건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집권한 루드 루버스(Ruud Lubbers) 총리는 1982년 11월 24일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 냈고, 78개 사항의 바세나르 협약을 맺는 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고, 시간제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식을 도입했으며, 정부는 세제 지원과 사회보장 제도의 개혁을 통해 노동자와 사용자 양측을 지원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결과를 이끈 바세나르 협약은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괄목할만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임금동결을 통한 고용 유발이 유도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보장을 통한 고용 안전망이 조성된 것이다.
즉,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고용이 창출하기 위해 임금동결과 정부 지원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깨달을 수 있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고용 창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분명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정부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울산이 직면한 상황이 1980년대 네덜란드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노동시장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네덜란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고 본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 상승과 고용 창출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붙잡기 위해 법을 재개정하면서까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상승이라는 임금 더하기와 고용 창출이라는 임금 나누기는 동시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고성장 시기를 넘어선 저성장 국가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이러한 정부의 기조에 따라 지자체의 대응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울산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경제 기반으로 네덜란드 병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높은 상승률로 상승할 경우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에 놓여있다.
따라서 지자체의 정책적 판단에 있어서 현 경제상황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현재 울산에 필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따라서 분명한 목표를 두고 한 마리의 중요한 토끼를 먼저 붙잡는 데 총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울산 살림을 맡은 정책결정자들이 고용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만큼 정책적 지원과 전략적 대응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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