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방검찰청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13일 울산대학교 산학협동관 국제회의실에서 송인택 검사장, 송병기 경제부시장, 고래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진규 남구청장, 정부기관,연구기관, 시민단체, 학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래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우성만 기자  
 

“유통증명서가 없는 고래 고기라 해도 불법 포획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 만연해 있는 고래의 불법 포획과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한울 울산지검 검사는 13일 울산대 산학협력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고래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검사가 이날 발표한 ‘고래류 DNA 채취·감정, 유통증명서 발급 현황과 문제점’에 따르면, 현행 법체계는 고래 포획은 금지하되, 혼획(그물에 걸림)·좌초(해안으로 떠밀려 올라옴)·표류한 고래는 일정한 절차와 통제 아래 유통을 허용하는 구조다.

2011년 시행된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라 혼획·좌초·표류한 고래는 유통증명서 발급이나 DNA 식별을 통해 불법 포획된 고래와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많은 허점이 있다는 것이 이 검사의 주장이다.

유통증명서는 고래 1마리당 1건을 발행하지만, 이후 고래가 해체돼 수백 상자로 나뉘어 유통되더라도 상자에 별도 표식은 하지 않는다. 유통증명서에 거래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채 사본만 교부하거나, 아예 증명서 자체를 교부하지 않기도 한다.

유통증명서가 없는 고래고기라 하더라도 ‘불법 포획된 고래’로 단정할 수 없는 실정이란 것이 이런 의미다.

또 혼획·좌초된 고래류를 매각 처리하는 수협 조합장은 DNA 시료를 채집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제공해야 하지만, 시료 채취나 송부 어려움 등을 이유로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고기 전부에 대해 DNA 시료가 채집되지 않고 있다.

고래 DNA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 8,623마리 중 DNA 시료가 보유된 고래는 5,450마리로, 보유비율은 63.2%에 불과하다.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10마리 중 4마리 정도는 DNA 기록이 없고, 합법 유통된 고래고기 DNA를 분석해도 고래연구센터 DB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고래고기 DNA가 DB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불법 포획된 고래’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2016년 울산에서 경찰이 불법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에게 고래고기 27t(853상자)을 압수했으나, 검찰이 ‘불법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 달여 만에 21t(703상자)을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줘 논란이 됐다.

이 검사는 “유통증명서는 사후 관리 부재로 공신력이 부족하며, 누락 없는 DNA 채집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면서 “유통증명서 기재 의무와 DNA 채집·제공 등 규범력을 강화하고, 불법 포획 고래는 위판을 금지해 예외 없이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양환경보호단체인 시셰퍼드 코리아 김한민 활동가는 ‘고래류 유통 현황과 문제점’ 발표를 통해 “고래 고기의 유통을 합법화하는 현 고시를 개정해 밍크고래를 상괭이처럼 보호대상 해양동물로 지정해야 한다”며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현행 DNA 채취 재도는 실효성이 부족하므로 비정기 현장 단속이나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래 고기의 중금속 오염 실태에 관한 전수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지검과 고래연구센터가 공동 개최한 이 세미나에는 오는 10월 11일 ‘고래 유통 관련 대책과 입법 보완 방안’을 주제로 2차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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