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검경 갈등’의 단초가 된 고래 고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학술세미나가 어제 울산지검에서 열렸다. 사법기관에서 직접 법리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사안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인 만큼 평가 받을만하다.

울산과 고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울산의 장생포는 우리나라 근대 포경의 전초기지였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래 포획이 이뤄져 장생포는 늘 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국제포경위원회에서 상업적 포경을 금지하면서 더 이상의 포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 시간 길들여진 식문화는 바뀌지 않았다. 몇몇 고래 고기 전문점들이 그물에 걸려 잡힌 고래고기를 사들여 영업을 하면서 명맥을 이었다. 최근 들어선 ‘고래’를 테마로 한 지자체의 도시 재생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고래 고기 식문화가 양지로 나왔고 남구, 특히 장생포를 중심으로 많은 고래 고기 전문 식당이 문을 열었다. 결국 문제가 불거지고 말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고래 고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불법 유통이 버젓이 이뤄진 것이다. 관련기관이 고래 DNA를 채취하고 유통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법 유통은 근절되지 않았다.

어제 토론회 내용을 보니 이유가 있었다. 유통증명서를 고래 1마리당 1건을 발행하고 있는데 이후 고래가 해체돼 수백 상자로 나뉘어 유통되더라도 상자에 별도 표식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유통증명서에 거래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채 사본만 교부하거나, 아예 증명서 자체를 교부하지 않기도 한다고 한다. 결국 유통증명서가 없는 고래 고기라 하더라도 ‘불법 포획된 고래’로 단정할 수 없는 실정이란 것이다.

또 지난 2013∼2017년 5년간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 8,623마리 중 DNA 시료가 보유된 고래는 5,450마리로, 보유비율은 63.2%에 불과하다고 한다. 고래고기 DNA가 DB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불법 포획된 고래’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허점으로 인해 ‘경찰이 압수한 불법 고래고기를 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고래 고기 불법 유통을 막는 길은 분명하다. 어제 주제발표에서 제시된 대로 유통증명서 기재 의무와 DNA 채집·제공 등 규범력을 강화하고, 불법 포획 고래는 위판을 금지해 예외 없이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 어제 세미나에서 나온 고래 고기 유통 상의 문제점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일에 지역 사회가 함께 나서야겠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