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얼굴부터 이슬 너머로 뿌옇게 눈에 밟히는 추석이 다가온다. 서구 문화에 밀려 고유 명절의 의미는 날로 희미해지지만, 아직도 추석은 한국인의 가슴에 고향과 사람의 향기를 불어 넣는다.

‘한가위’라면 추석이라고만 부르기엔 생각보다 오래된 명절이다. ‘삼국사기’의 가배(嘉俳)는 모두 함께 어울려 노래와 춤, 온갖 놀이를 즐기는 날이었다. 이날이 정확히 음력 15일(보름)이니 ‘한 달을 절반한 날’, 곧 한 달 중 절반이 되는 날이다. ‘가위’에 접두사 ‘한~(大)'을 결합한 말이 ‘한가위’다. 8월 보름이 여느 달의 보름보다 특별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이 된 것은 왜일까. 수확을 앞두고 스트레스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던 힐링타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988년 서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에서 움직인 2,000만 귀성객에 ‘인구 대이동’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마이카’ 열풍도 불었다. 그래도 여전히 역 앞은 붐볐다.

전환기는 2004년이다. KTX 개통에 인터넷 예매가 시작됐다. 30%는 그래도 역 현장에서 발권한다. 인터넷 적응이 어려운 장애인과 어르신을 위한 배려다. 올 추석부터는 명절 승차권 모바일 예매가 시작됐다. 90만석 중 34만석이 모바일이다. 새치기 걱정도 없다.

믿거나 말거나 추석 전이면 발표되는 귀성객 숫자가 신기하다.올해 추석 연휴 전날인 21일부터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8일까지 6일간 전국 예상 이동 인원은 총 3,664만 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3,766만명) 보다 2.7%(102만 명) 줄었다. 연휴가 지난해(10일) 절반에 불과해 고향 방문 전후 나들이 차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귀성·귀경 소요시간도 줄어든다. 한국교통연구원이 8월 23~26일 9,000가구에 전화 설문으로 조사했다는 숫자다. 

1일 평균 이동 인원은 611만 명으로 평시(321만 명)보다 90.3%(290만 명) 늘고 24일 가장 많은 760만 명의 이동을 예상했다.

귀성 풍경은 시대의 자화상이다. 언제나 설레는 명절의 모자이크다. 고향 찾는 마음은 변치 않는 정물화다.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가족과 만날 기대에 힘들고 고된 ‘귀성전쟁'을 마다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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