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지나다니지를 않는데 추석 대목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애만 타는 거지요. 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1일 낮 울산시 동구 월봉시장은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길이 470m 아케이드를 따라 십자모양 도로에 과일가게와 채소가게, 생선가게, 음식점 등 120개 점포가 늘어서 있지만, 눈에 보이는 손님은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과일이 담긴 상자나 다듬어진 채소가 들어있는 바구니, 손질된 생선만 가게 앞 판매대를 차지하고 있을 뿐, 거리는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그나마 아케이드 지붕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막아줘 처량함이 덜했다.

이 시장에서 30년 넘게 채소를 팔아온 한 상인(67·여)은 "추석 연휴 하루 전이면 이 거리가 손님으로 꽉 차야 하는데, 보다시피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라며 "지역 경기가 어려워도 추석이니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라고 혀끝을 찼다.

근처에서 과일을 파는 상인도 힘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과일가게 주인 박모(64·여)씨는 "그래도 지난해 추석 연휴 하루, 이틀 전에는 사과나 배를 30상자 넘게는 팔았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절반 조금 넘게 팔았다"라며 "추석이 지나도 준비한 과일을 다 못 팔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을 보탰다.

그나마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도 선뜻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올여름 폭염과 태풍 탓에 명절 물가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이 시장에서 이날 판매되는 배 15㎏ 한 상자 가격은 5만원가량으로 지난해 이맘때 3만5천원보다 40% 이상 올랐다.

지난해 추석 직전 3천원이던 무 1개 가격은 지금 5천원이다.

경상도 차례상에 주로 오르는 문어 가격도 제법 올랐다고 손님들은 입을 모았다.

게다가 동구 경제를 책임지는 조선업 경기가 침체하면서 현대중공업 등 주요 조선 관련 업체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희망퇴직, 조기 퇴직 등이 진행되면서 경기가 더 얼어붙었다.

이날 장을 보러 나온 김모(59·여)씨는 "지난해 남편이 현대중공업을 조기 퇴직하면서 올해는 추석 차례상을 가볍게 차려야 할 것 같다"라며 "자식들을 다 키워서 시집, 장가보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지만, 아무래도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날 현대중공업이 직원들에게 명절 상여금과 휴가비 등을 지급해 연휴가 막상 시작되면 사정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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