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돌아다니며 동네안전 확인해보니
부족한 시설·치안 사각지대 등 문제 수두룩
안심할 수 있는 동네 만들기 모두가 힘써야 

 

홍정련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장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성인범죄집단 뺨칠 정도로 잔인해진 요즘 청소년들의 집단폭력 소식을 접할때마다 우리사회가 아이들을 어떤 환경에서 키워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수년째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안전지도 만들기 작업을 진행했었다. 교실 안에서 강사가 일방적으로 안전에 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내가 사는 동네 골목과 주변 환경을 돌아보면서 안전하지 않은 곳은 사진도 찍고 ‘위험해요’ 스티커도 붙여가면서 주민들에게 직접 인터뷰도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실시할때는 학교를 설득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적극 협조가 돼 진행되고 있으며, 아이들이 조사한 결과를 공무원들과 협의하며 가능한 것부터 고쳐나가게 됐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안전지도에 ‘위험해요’ 스티커가 많이 붙여질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안전해요’ 스티커가 붙으면 안심이 되기도 했다.

1982년 미국 뉴욕에서 범죄심리학자들이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발표했다. 건물주가 깨진 유리창을 내버려두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다 깨뜨리고 건물전체가 망가지고 만다는 것이다. 실제 뉴욕에서는 심각한 지하철 범죄를 없애기 위해 낙서를 지우는 작업부터 시작했더니 범죄율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아이들이 안전지도 작업을 하면서 산업쓰레기나 일반쓰레기가 많은 곳과 어두운 골목길에 ‘위험해요’ 스티커를 붙이는 것을 보면서 범죄심리학을 아이들이 먼저 스스로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안전지도를 만들면서 안일한 행정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맨홀 두껑이 열려있어요’, ‘가로등이 없어 어두워요’, ‘전기줄이 널려있어요’, ‘길에 풀이 너무 많아요’, ‘공원에서 언니·오빠들이 술 마시고 담배펴요’ 등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아마 아이들은 스스로 확인한 안전하지 않은 우리동네를 지날때마다 해결이 되는지를 늘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안전하게 밤거리를 걸을 수 있고, 직장 다니는 부모들이 방과 후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야간자율학습 마친 고등학생들이 골목길을 지나와도 안심이 되는 동네라면 모두가 살고 싶은 동네가 될 것이다.

지방자체단체뿐 아니라 온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을 눈높이에서 거리를 바라보고 위험한 곳은 없는지, 어두운 곳은 없는지 점검하고 지킴이가 된다면 우리아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안전지도에는 ‘안전해요’ 스티커가 골목에도 공원에도 버스정류장에도 붙여질 것이다.

폭력과 범죄로부터 안전한 우리동네를 만들기 위해 건물 하나를 설계할 때부터 건축물이 지역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자. 아이들이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보호가 되는, 희망이 있는 우리동네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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