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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칼럼] ‘아스완 댐 기적’과 반구대 암각화 물고문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8.10.10 22:30
  • 댓글 0

댐건설로 나일강물 급격히 불어나
높이 20m 국보 석조신전 절벽위 구출
신전 등 이집트 방문 관광객 850만명

장마 이후 또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식수댐 물 줄여 해결하라는 문화재청
참담한 흙탕물 속 국보 구출 나서야

 

김병길 주필

고대뿐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이집트는 토목건축의 기적 같은 기술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기원전 약 2700년 경에 세워진 키옵스왕의 대피라미드 건설과 1960년대 아스완 댐의 불어나는 물에서 아부 심벨의 석조신전을 건져낸 역사적 구출작전만큼 5000년의 전통을 극적으로 이어 주는 업적도 없을 것이다.


신왕(神王)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 세 개가 3200년 전에 만든 석조신전에 앉아 20세기의 인공호수 나셀호 너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이 신전과 석상이 살아 남은 것은 세계에서 가장 거창했던 구출공사 덕택이다. 1963년, 이 유적과 그 밖의 이집트 고대유적이 나일강의 아스완댐 건설로 급격히 불어나는 물에 잠기게 되었다. 그 모든 보물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람세스의 두 신전이었다.


스웨덴의 한 토목회사가 네페르타리 왕비의 상이 있는 소신전과 람세스의 완전한 석상 세 개와 높이 20m의 부서진 좌상이 있는 대신전을 옮기는 이전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기술자들은 약 33만t의 절벽을 깎아내고 신전 대부분을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비용은 4,000만 달러, 신전을 1,050토막으로 자르는데 4년 반이 걸렸다. 어떤 토막은 무게가 33t이나 되었다. 이 석재를 낭떠러지의 약 210m 위쪽으로 옮겨서 암벽면에 다시 조립하는 대역사를 벌여야 했다. 


그런데 이집트정부가 담수 수면을 더 올리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조립해 놓았던 소신전을 다시 해체하여 약 2m 더 높이 앉혀야 했다. 기사들은 물이 차기 석달 전에 이 대공사를 완성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신전이 있던 절벽의 배경을 최대한 되살리려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60m의 돔을 대신전 위에 건설하고, 그 위에 다시 인공산을 만들어 1967년말 완공했다. 아스완댐 물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던 산봉우리 같은 아부 심벨의 거대한 석조신전은 210여m 산 위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세계 관광객들은 약 850만 명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집트의 관광 수입은 2011년 ‘아랍의 봄’ 이전 수준인 100억 달러(약 11조 3,300억원)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주말 한반도를 강타한 25호 태풍 ‘콩레이(KONG-REY·캄보디아산 이름)’가 퍼부은 물폭탄에 국보 285호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2016년 10월 5일 태풍 ‘차바’ 내습과 올여름 장마 이후 다시 물속에 잠겼다. 


지난 6일 하루 태풍 콩레이는 울주군 삼동면에만 222.5mm의 비를 쏟아 반구대 암각화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물에 잠기기 시작해 오후 6시께 암각화가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7일 오후 12시 현재 반구대 암각화 상류 사연댐 수위는 57.53m, 사연댐 만수위는 60m로 수위가 53m를 넘어서면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기 시작해 57m에 이르면 완전히 잠긴다. 2년전 태풍 차바 때를 예로 들면 침수상태는 1~2달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사연댐 물을 대거 방류하는 방법으로 암각화를 물밖으로 끌어낼 수 밖에 없다. 이는 한국수자원공사 담당 업무로 댐이 만수 상태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수문이 없는 사연댐이기에 흘러넘치는 양보다 더 많은 비가 쏟아지면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길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사연댐 등의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민선7기 출범 100일을 넘긴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전방안을 모색해왔다. 그 해결책으로 문화재청에 사연댐 수위를 낮추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정부가 물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 대책이었다.


최근 청와대 국무조정실 주관의 ‘갈등관리 실무협의회’에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망만 남겼다.


물문제 대책을 내놓아야 할 환경부는 참석도 안했다. 문화재청은 난데없이 ‘영구적 수위 조절’을 위해 사연댐 여수로를 잘라내 아예 암각화가 잠기지 않는 높이인 52m로 낮추라는 주장을 폈다. 높이 60m인 사연댐의 저수용량은 1,951만t이다. 이를 문화재청의 요구대로 8m를 내리면 저수량은 66%가 줄어든 666만t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가뭄때 오염 위험과 함께 낙동강 하류 원동취수장 물을 식수로 구입해야 한다. 울산시민들의 식수 안정공급과 태화강 하류지역 홍수 예방이 해결돼야 문화재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


울산시는 암각화 주변 물길을 돌리는 ‘생태제방축조안’을 고수해왔다. 민선7기 출범과 함께 암각화 원형 보존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송철호 시장이 생태제방 축조안을 폐기하고 수위조절에 나서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과 함께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유산보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1970년대 군사정부시절 민족기록화 사업으로 그려진 300호 크기의 ‘울주 반구대 암각도’(가로 3m, 세로 2m)가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한국적 사실주의 회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고 김창락 화백(1924~1989)이 그린 반구대 암각도는 1971년 반구대 암각화가 처음 학계에 보고된 이후 7년만에 그려졌다. 암각화 주변의 사실적 묘사와 작가의 상상력이 총동원된 대작이 당시 국가주도로 제작됐다는 사실은 40년전 이미 반구대 암각화와 가치를 인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국보지정 이전이었지만 당시 윤주영 문공부장관이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할 것을 주문하는 등 보존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물고문’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지정만하고 국보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는, 흙탕물 속의 반구대 암각화의 모습이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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