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고용쇼크 국민 불안심리 확산
정부 고용정책 불구 취업자수 하락세
민간 주도적 일자리 창출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반영 능동적 제도 우선

 

이영규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아이티공간 CEO

지난 9월 28일 ‘추적 60분’에서 ‘2018, 대한민국 갑질 잔혹사’의 2부로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죽음’을 방송했다. 대한민국 우수기업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했던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 이유는, 그가 남긴 10권의 수첩에서 모두 드러났다. 그 애절하리 만큼 간절한 수첩에는 원청업체의 만행에 가까운 갑질 행적들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더욱 경악을 금하지 못했던 것은, 억울한 하청 기업의 힘이 돼 줘야 할 대한민국의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그 사장의 억울한 죽음에 일조한 범죄자 집단이였음을 방송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기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소기업들을 외면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무원들은, 최근 10년 동안 47명의 퇴직자 중 41명이 대기업 혹은 대형 로펌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가능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쏟아졌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소비·투자 하락세로 경제성장률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으며, 재난이라고도 불리는 고용쇼크로 국민들 모두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심리만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무원 증원과 함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에 집중해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그에 반해, 기업 스스로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민간 기업의 투자 대책에는 너무나 무심했었다. 정부의 탓만 할 순 없지만, 지난해까지도 매월 20만∼30만명씩 늘던 취업자 수가, 올해 들어서는 10만명까지 추락하더니 결국 지난 8월에는 3,000명에 머물고 현재는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치닫았다고 한다. 경제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한국의 그 수많은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이 그렇게 외쳐대면서 진작 종목만 내세울 뿐, 이 고질적 병폐에 대한 구조적 전환에 대해서는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급박한 현실 속에, 이제와서 정부는 ‘경제는 민간이 책임져야 한다.’는 양보 아닌 양보의 입장으로, 당장의 결과를 위해 대기업과 재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애원, 아니 명령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지만,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만 하는 돈이다. 문제는 그 방법에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존의 생산, 유통, 마케팅, 자본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재벌구조는 현재의 4차 산업혁명적 글로벌 경쟁에서 곧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재벌대기업들에게 일자리를 기대하고 있다. 총체적 위기 상황 속에 재정 확대를 통한 경제 회복에 정부도 고군분투 중이지만, “경제는 없고, 정치만 있다”는 여론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라고만 하면 당장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대기업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으며, 현재 기업양극화의 최대 수혜자인 대기업들이 정부 관료들의 말 한마디에 서슴없이 그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일자리 만들기에 과연 전력을 다할 수 있을까.

 현재 세계시장은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글로벌 환경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경제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정하는 국가 정책에 따라 성장해 왔기 때문에 독자적인 방향 설정에 서툴렀다. 그래서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기업들의 우수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자유경쟁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형 규제개혁이 선행돼야만 한다. 그 이노베이션은 정부가 아니라, 수많은 혁신적 민간기업의 성장으로만 이뤄진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성숙한 사회적·정책적 논의와 제도 마련을 통해, 새로운 성장시대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능동적으로 지금의 이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IMF라는 경제 파멸의 혹한기를 또다시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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